
2025년 12월,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청(OTP)이 환경 피해 대응 정책을 발표하면서 전쟁 범죄와 환경 파괴의 연결고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로마 규정을 통해 환경적 차원의 국제 범죄를 조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정책 발표와 실제 처벌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하며, 환경 범죄 책임 규명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환경범죄 기소 정책의 의미와 실효성 한계
국제형사재판소의 환경 피해 대응 정책은 늦었지만 필요한 진전입니다. 이전까지 전쟁에서 발생하는 환경 파괴는 단순히 전쟁의 부산물로 취급되었고, 사람의 피해만이 범죄로 인정받았습니다. 숲이 불타고 강이 오염되며 토지가 황폐화되어도 이는 책임 추궁의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로마 규정 제8조(2)(b)(iv)에는 "자연환경에 대한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심각한 피해"를 전쟁 범죄로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조항에 따라 기소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2016년 ICC 검찰국은 사건 선정 및 우선순위 정책 문서에서 "환경 파괴, 천연자원의 불법적 이용 또는 토지의 불법적 수탈" 등을 특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단의 전 대통령 오마르 알 바시르는 우물에 독을 넣고 펌프를 파괴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아직 재판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전력 기반 시설 공격과 관련한 세르게이 이바노비치 코빌라시, 빅토르 니콜라예비치 소콜로프, 세르게이 쿠주게토비치 쇼이구, 발레리 바실리예비치 게라시모프에 대한 체포영장 역시 비공개로 발부되어 환경 피해가 명시적으로 언급되었는지 불분명합니다.
문제는 기준이 너무 높고 책임 입증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전쟁 상황에서는 대부분 "군사적 필요"라는 이유가 붙습니다. 숲을 태워도 전술적 필요였다고 주장하면 책임을 묻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입니다. 환경이 파괴되면 가장 오래 고통받는 사람은 그 지역에 사는 평범한 시민들입니다. 전쟁은 몇 년 만에 끝나도 오염된 토양, 물, 숲은 수십 년 이상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정책이 좋은 선언일 수는 있지만 실제 재판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의 무력 충돌 시 자연환경 보호 지침, 국제법위원회의 무력 충돌 관련 환경 보호 원칙, 14개국과 유럽연합의 생태계 파괴 범죄 채택 등 다른 국제적 노력과 발맞춰 진행되고 있지만, 정책과 실행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큽니다.
강대국 책임 회피와 국제재판의 한계
2025년 환경 피해 대응 정책은 로마 규정보다 포괄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환경 피해를 수반하거나 초래하는 범죄도 환경 범죄에 포함된다고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전쟁 수단으로서 민간인을 고의적으로 기아에 빠뜨리는 전쟁 범죄가 "천연자원의 불법적 착취 또는 토지의 불법적 수탈"을 통해 자행될 수 있고, 침략 범죄 또한 "밭, 숲, 수역의 오염" 같은 환경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 환경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 재판은 종종 힘의 논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대형 국가나 강대국이 연루된 환경 파괴는 실제로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ICC의 상호보완성 원칙에 따라 환경 피해 해결 정책은 유사 사건을 조사하고 기소하는 국가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자원 동원 및 기술 지원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이것이 강대국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약한 나라 지도자만 처벌하는 제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환경 피해의 정의에 대한 명확성도 더욱 요구됩니다. 정책의 초기 틀은 자연환경에 초점을 맞추어 다소 좁은 범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수자원 기반 시설, 농업, 천연자원, 토지 등 더 광범위한 인간 환경의 중요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로마 규정의 범위에 속하는 구제 조치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있어, ICC 사무국이 환경 피해에 대해 집단적 배상을 포함한 광범위한 구제 조치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는 ICC 피해자 신탁기금 전략 계획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으로, 배상 프로그램이 환경 관련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참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쟁 외 평시 환경 파괴의 더 큰 위협
환경 파괴의 대부분은 사실 전쟁이 아니라 평상시 산업 활동에서 더 많이 발생합니다. 대규모 산림 파괴, 석유 유출, 광산 개발, 플라스틱 오염, 대기업의 탄소 배출 등이 지구 환경에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국제형사재판소가 아니라 각 나라의 경제와 정치 문제라서 쉽게 건드리기 어렵습니다. 전쟁 환경 범죄도 중요하지만 평소의 환경 파괴도 같은 수준으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의 전쟁들은 환경 피해 관련 범죄 기소에 있어 두 가지 주요 과제를 부각시켰습니다. 첫째는 이중 용도 문제입니다. 이중 용도 대상은 민간 및 군사적 목적 모두에 사용될 수 있으므로 군사적 능력 때문에 공격 목표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환경은 민간 대상물로 간주되지만, 많은 군사 작전은 숲에서의 전투처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수반합니다. 전시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환경적 민간 대상물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이 되는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는 비례성의 원칙입니다. 로마 규정은 환경에 대한 과도한 공격을 명시적으로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비례성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나 절차가 없으며 특히 환경 범죄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러한 모호함은 군대가 환경을 포함한 다양한 대상을 대상으로 과도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여전히 심도 있는 고찰과 정책 개발을 필요로 하지만, 실제로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환경 피해 규모는 환경 피해에 대한 책임 규명을 위한 국내외 전략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ICC의 환경 피해 대응 정책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진전이지만, 정책 선언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힘의 논리에서 자유로운 공정한 재판, 평시 환경 파괴에 대한 동등한 책임 추궁, 그리고 명확한 기준 마련이 뒷받침되어야만 환경 범죄 기소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Prosecuting Crimes Related to the Environment: Development at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 Environmental Law Institute: https://www.eli.org/vibrant-environment-blog/prosecuting-crimes-related-environment-development-international-crimi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