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서 우리는 종종 하나의 완벽한 해결책을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네이선 존슨 박사후 연구원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연구는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36가지 전략을 조합해 6조 가지 이상의 탈탄소화 경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후 정책을 일반인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는 혁신적 시도입니다.
쐐기 전략으로 본 기후 대응의 실용적 접근
존슨과 이언 스태펠 부교수가 제시한 쐐기(wedge) 개념은 2004년 프린스턴 대학교의 스티븐 파칼라와 로버트 소콜로가 처음 제안한 안정화 쐐기 패러다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각 쐐기는 현재 전 세계 배출량의 약 4%를 나타내며, 2050년까지 선형적으로 확장하면 매년 20억 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복잡한 기후 문제를 관리 가능한 작은 조각으로 나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1.5°C 온난화 제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20개의 쐐기가 필요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려면 25개의 쐐기가 필요합니다. 각 쐐기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전체 목표에 기여하는 구조입니다.
2024년 현재 태양광 발전은 연간 600기가와트(GW), 풍력 발전은 120GW의 설비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태양광 1개 쐐기 구축에 필요한 70GW, 풍력 1개 쐐기 구축에 필요한 30GW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입니다. 이 속도가 유지된다면 2050년에는 태양광 9개 쐐기와 풍력 4개 쐐기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청정 수소 생산과 탄소 포집 및 저장은 현재 수준 대비 100배 이상 증가해야 1개 쐐기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기술 발전 속도가 분야마다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재생 에너지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지만, 탄소 포집 같은 신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이것이 바로 다양한 쐐기 조합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 분야의 지연을 다른 분야의 가속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탈탄소화 경로의 다양성과 선택의 의미
존슨과 스태펠이 개발한 온라인 도구는 사용자가 직접 36가지 전략을 조합해 자신만의 탈탄소화 경로를 설계할 수 있게 합니다. 이는 기후 정책을 '나만의 모험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입니다. 각국 정부와 지역사회는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쐐기 조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세계 각국이 채택한 정책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해 약 17배의 효과를 냅니다. 이는 21세기 중반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배출량 안정화만으로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최소 2.5°C 이상 상승할 수 있습니다. 파리 협정의 1.5°C 목표를 지키려면 추가로 20개의 쐐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비판적 질문이 제기됩니다. 6조 가지 선택지가 과연 희망일까요, 아니면 책임 분산의 위험일까요?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유연성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우선순위가 불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태양광 확대와 육류 소비 감소는 같은 '1개 쐐기'로 표현되지만, 사회적 저항 강도는 전혀 다릅니다. 기술은 투자로 밀어붙일 수 있지만, 생활 방식 변화는 훨씬 복잡한 문화적·정치적 협상을 요구합니다.
2021년 존슨과 동료들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는 2050년까지 배출량 안정화에 필요한 7개 목표 중 1~2개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인 교통수단의 효율성 향상과 재생 에너지의 급성장은 긍정적이지만, 원자력 발전 감소, 삼림 벌채 급증, 개발도상국의 건물 배출량 증가가 이를 상쇄하고 있습니다. 이는 쐐기 전략이 이론적으로는 우아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행동 변화를 기술과 동등하게 보는 시각의 중요성
존슨의 프레임워크에서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행동 변화를 기술 혁신과 같은 비중으로 다룬다는 점입니다. 항공 여행이 70% 감소하거나 평균 육류 소비량이 30% 감소하면 각각 1개의 쐐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육류 소비 30% 감소는 일반적인 사람이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 1/4파운드 버거 하나를 건너뛰는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기존의 통합 평가 모델은 대부분 기술 중심적이었습니다. 태양광 패널, 원자력 발전소, 탄소 포집 시설 같은 것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존슨이 지적했듯이, 이러한 모델은 식단이나 여행 습관 변화 같은 소비자 주도형 접근 방식을 통합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모델의 불투명한 설계는 일반인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매우 공감되는 관점입니다. 실제로 개인의 선택이 모이면 엄청난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항공 여행이 급감했을 때 탄소 배출량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행동 변화가 정책으로 전환되기는 매우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정부가 육류 소비를 제한하거나 항공 여행을 규제하려 하면 엄청난 정치적 반발에 직면합니다.
삼림 벌채율을 지속적으로 40% 감소시키는 것도 1개의 쐐기를 만듭니다. 존슨은 이것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2023년 취임 후 첫 6개월 동안 달성한 비율과 거의 같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정치적 의지가 있을 때 단기간에 큰 변화가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여성의 교육 및 의료 접근성을 강화해 인구 증가를 줄이는 것도 하나 이상의 쐐기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의 양을 줄이거나 대기에서 탄소를 제거해 해양으로 보내는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전략들은 모두 사람들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존슨과 동료들이 결론에서 강조했듯이, 권한을 가진 대중으로부터 정보에 입각한 의견을 이끌어내려면 사람들이 탈탄소화 방안에 대한 확고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기후 변화 해결은 단 하나의 은총알(silver bullet)이 아니라 수천 개의 작은 쐐기들의 조합입니다. 존슨과 스태펠의 프레임워크는 복잡한 문제를 일반인도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 실행을 쉽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행동과 제도의 변화는 여전히 느립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론적 선택지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정치적·사회적 합의입니다.
[출처]
Six trillion ways to solve climate change / Yale Climate Connections: https://yaleclimateconnections.org/2026/03/six-trillion-ways-to-solve-climate-ch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