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위협이 아닙니다. 해양 생태계는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열의 93%를 흡수하며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고, 전 세계 어부들은 어종 이동과 해수 온도 변화라는 현실과 매일 마주하고 있습니다. 네이처 컨저번시(TNC)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 변화에 대비한 어업'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적응형 관리와 기술 혁신만으로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현장의 목소리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기후 대응 어업의 가능성과 구조적 한계를 함께 살펴봅니다.
적응형 관리: 역동적 해양에 대응하는 새로운 틀
상업 어부 커트 마틴은 뉴잉글랜드 해역에서 목격한 변화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몇년 동안 같은 패턴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해빙 면적의 축소부터 어종의 북상 이동까지, 그가 경험한 변화는 전 세계 어업 공동체가 직면한 현실을 대변합니다. 문제는 기존 어업 규정이 정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전제로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반면 기후변화는 역동성과 불확실성을 가져옵니다. 이러한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TNC는 적응형 협력 관리라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자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활용해 중요한 정보 격차를 해소합니다. 종이 기반 시스템과 달리 전자 시스템은 실시간에 가까운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둘째, 새로운 어구 시험이나 적응 방안 실험을 허용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기후변화는 창의성을 요구하며, 실험 없이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찾을 수 없습니다. 셋째,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통해 과학 및 관리 역량을 증대시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타바바라 캠퍼스와의 협력을 통한 던저니스 크랩 어업 연구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근본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적응형 관리의 질이 아무리 높아져도, 어종 이동 속도가 정책 변경 속도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 틀이 충분할까요? TNC의 글로벌 어업 담당 수석 과학자 조노 윌슨은 "불확실한 정보와 부족한 자원 속에서 어떻게 올바른 정책을 시행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곧 적응형 관리가 만능 해법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 속에서 최선을 찾는 과정임을 시사합니다. 생태 붕괴 속도가 데이터 수집 속도를 초과하는 비대칭성은 관리 개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물리적 한계입니다.
생태계 회복: 회복력 강화의 가능성과 임계점
TNC는 "해양 서식지와 어류 개체군이 건강할 때,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잘 견딜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과학적으로 타당한 주장입니다. 서식지 손실, 오염, 남획의 역사가 해양 생태계의 회복력을 약화시켜왔다는 점도 명확합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어업 관리는 생태계 회복의 필수 조건입니다. 알래스카에서는 코넬 대학교와 공동으로 어업 공동체의 어업권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어업 기회 다양화와 생태계 보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세이셸과 칠레의 대규모 어업에서는 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고, 멕시코와 벨리즈의 소규모 어업에서는 디지털 어획량 기록 방식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CrabGear 앱은 분실된 게잡이 장비를 추적해 원래 소유자에게 되팔 수 있도록 지원하며, 동시에 유령 어구로 인한 생태계 피해를 줄입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환경 변화를 신속히 감지하고 대응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합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제가 임계점(tipping point)에 대한 논의를 배제한다는 점입니다.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 산성화가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일부 어종과 생태계는 비가역적으로 붕괴됩니다. 메인산 바닷가재 어업이나 훔볼트 해류의 멸치 어업처럼 경제적으로 중요한 어업도 생태적 한계를 넘으면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잘 관리하면 괜찮다"는 메시지는 독자에게 과도한 안정감을 줄 위험이 있습니다. 회복력 강화는 중요하지만, 온난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는 완충재가 아닌 지연 장치에 불과할 수 있다는 냉정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기술 한계: 적응 전략이 놓치는 구조적 문제들
TNC의 접근은 데이터 현대화와 파트너십 강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미국 서부 해안의 던저니스 크랩 어업에서 개발된 CrabGear 앱, 태평양 어업 관리 위원회와 함께 진행하는 기후 및 지역사회 이니셔티브, 그리고 대서양 연안의 동부 해안 시나리오 계획 프로젝트는 모두 기술과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을 지향합니다. 캘리포니아 해양 프로그램의 어업 전략 책임자 케이트 카우어는 "TNC는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해양을 보장하는 지속 가능하고 기후 변화에 대비한 어업으로의 전환을 계속해서 주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중심 접근에는 세 가지 구조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첫째, 기후변화의 속도와 규모를 과소평가할 위험입니다. 데이터 시스템이 아무리 발전해도, 물리적 변화의 속도가 이를 압도하면 정책은 항상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이 접근은 주로 적응(adaptation)에 집중하며 감축(mitigation)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적응 전략이 온실가스 감축 실패를 정당화하는 보조 논리로 변질될 위험성을 경계해야 합니다. 셋째, 어업 공동체에 대한 부담 전가 문제입니다.
전자 데이터 입력, 기술 학습, 장비 교체, 불확실한 수입 구조 등 모든 리스크가 결국 어부 개인과 지역 공동체로 이전됩니다. 특히 소규모 어업과 저소득 연안 국가에서는 "기후 대응형 어업"이 실질적으로는 "책임 이전형 어업"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네이처 유나이티드의 기후변화 및 어업 프로그램 책임자 젠 버트는 "지리적, 학문적, 정치적 경계를 초월하는 과학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그 협력의 비용과 책임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면 이는 또 다른 불평등을 낳을 것입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구조적 문제의 해법은 아닙니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어업은 분명 필요하고 가치 있는 접근입니다. 적응형 관리 프레임워크, 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협력적 시나리오 계획은 모두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이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 없이는 단지 시간을 버는 전술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생태계 회복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적응 전략이 감축 실패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해법은 관리 개선과 배출 감축이라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갈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출처]
Climate-ready fisheries can restore ocean ecosystems / The Nature Conservancy: https://www.nature.org/en-us/what-we-do/our-insights/perspectives/climate-ready-fish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