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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사르 물 부족 위기 (인프라 실패, 젠더 불평등, 기후 대응)

story70233 2026. 2. 18. 15:43

마카사르 물 부족 위기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최대 도시 마카사르의 탈로 지역에서 20년 넘게 이어진 물 부족 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닙니다. 수돗물 요금을 내면서도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주민들, 매일 수십 개의 물통을 나르는 여성들, 그리고 이로 인해 증가하는 성폭력 위험까지. 이 도시의 물 위기는 인프라 붕괴, 젠더 불평등, 기후 변화가 교차하는 복합적 재난의 현장입니다.

20년간 방치된 인프라 실패의 민낯

마카사르 탈로 지역 주민 라흐마는 수년 동안 집으로 물이 전혀 공급되지 않는데도 매달 수도 요금을 지불해 왔습니다. "하루라도 늦으면 벌금을 내야 해요. 수도 계량기는 가져가지 않았으니 물이 다시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끝내 나오지 않았어요." 이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을 보여줍니다.

2000년 지역 정부는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PDAM이라는 지역 상수도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공급은 불안정하고, 물이 나오더라도 밤에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역 촌장 자이날은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오래된 파이프라인에서 누수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투자 부족으로 인한 노후 인프라는 수천 가구를 고통 속에 방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더욱 복잡합니다. 올해 10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마로스 지구의 레코판싱 댐 주변 토지 이용 변화가 퇴적물을 증가시켜 수량 감소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관개용수 수요 증가 역시 주택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설비 노후화를 넘어 도시계획과 수자원 관리의 구조적 실패를 의미합니다. 인도네시아 환경포럼 Walhi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74%가 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한 것은 이러한 시스템 붕괴의 명확한 증거입니다. 정부와 상수도 회사의 책임은 명백하지만, 구체적인 개선 계획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입니다.

물 부족이 심화시키는 젠더 불평등 구조

마카사르에서 물을 길어오는 책임은 대부분 여성의 몫입니다. 지역 대표 시나르는 매일 목욕과 빨래를 위해 수십 개의 플라스틱 물통이 가득 실린 수레 두 대 분량의 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한 가구당 목욕과 빨래에만 매일 약 28통의 물이 필요하며, 식수는 별도로 19리터 드럼통에 담아 파는 물 판매상에게서 구입해야 합니다.

주민 나즐라는 식수 구입에만 매달 30만 루피아(약 18달러)를 지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마카사르 월 최저임금 388만 루피아의 거의 8%에 해당합니다. 미국 환경보호청 EPA의 기준으로 보면, 소득의 4.5% 이상을 물 비용으로 지출하는 가구는 심각한 수준의 물 부담을 겪는 것으로 분류됩니다. 나즐라 가구는 그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셈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물 부족이 성폭력 위험을 높인다는 점입니다. 2024년 3월 사회과학 및 의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검토는 "물 부족은 여성, 친밀한 파트너 및 기타 가족 구성원 간의 신체적, 심리적 폭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물을 길어오는 동안 여성들은 괴롭힘과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며, 가정 내에서도 물 공급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역 지도자 시나르는 10여 년 전 남편이 선원으로 일하는 동안 4년간 매년 유산을 겪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당시 그녀는 물을 구하기 위해 수레를 직접 끌어야 했습니다. 이는 물 부족이 여성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일반적으로 물을 길어오고 가사일을 담당하는 여성과 소녀들은 물 공급이 부족해지면 더 큰 부담을 지게 되며, 학교에 늦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교육 기회 박탈로 이어져 세대를 넘어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기후 위기 시대의 물 정책 대응 과제

세계자원연구소 WRI의 예측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IPCC의 저배출 시나리오가 달성되어 평균 기온 상승이 섭씨 1.3~2.4도로 제한되더라도 2050년까지 최대 10억 명의 사람들이 극심한 물 부족을 겪을 수 있습니다. 마카사르의 사례는 이러한 미래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마카사르의 여성들은 스스로 조직화했습니다. 풀뿌리 옹호 단체인 '깨끗한 물을 위한 여성 전사들(Perempuan Pejuang Air Bersih)'은 지역 정치인들과 수도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 직접 해결책을 요구했습니다. 대표 후스나니는 시장과 수도 회사 경영진과의 면담을 통해 네 곳에 물탱크를 이용한 물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밝혔지만, "도움이 되긴 했지만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닙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인도네시아 환경포럼 Walhi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제안했습니다. 도시가 물 유역을 복원하고 강 유역을 보호하며, 산업용 지하수 추출에 세금을 부과하고, 녹지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정부에 기후 변화로 인한 미래의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한 적응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제시된 정책 대안은 여전히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물 가격 체계 개편, 공공투자 확대 계획, 산업용 지하수 규제 강화 같은 구체적인 정책 수단이 필요합니다. 특히 젠더 관점을 통합한 물 정책이 요구됩니다. 물 접근성이 여성의 노동 부담, 건강,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마카사르 사례는 물 문제가 단순히 인프라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정의와 인간 존엄의 문제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20년 동안 우리는 물을 사서 손수레를 밀며 날랐습니다. 이제 다른 여성들처럼 물이 필요할 때 수도꼭지를 틀기만 하면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라는 코디네이터 와나의 발언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에 대한 호소입니다.

마카사르의 물 위기는 "물은 기본권인가, 상품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기후 위기, 도시화, 사회 불평등이 교차하는 이 문제는 단기적 물 공급 확대를 넘어 유역 복원, 지속 가능한 도시계획, 젠더 관점의 물 정책이 통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는 삶은 특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입니다.


[출처]
Makassar women press for water as taps and wells run dry in sweltering Indonesian city / Mongabay: https://news.mongabay.com/2025/11/makassar-women-press-for-water-as-taps-and-wells-run-dry-in-sweltering-indonesian-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