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에르토리코 아준타스에 사는 82세 올가 에르난데스에게 정전은 곧 생존의 위협이었습니다. 천식과 당뇨병을 앓던 그녀는 디젤 발전기 매연 속에서 약을 지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 마이크로그리드가 설치된 이후, 그녀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글은 재생에너지가 단순한 환경 담론이 아니라 건강과 생존, 그리고 존엄의 문제임을 푸에르토리코 사례를 통해 조명합니다.
카사 푸에블로와 공동체 주도 에너지 혁명
푸에르토리코 중서부의 인구 1만 8천 명 작은 마을 아준타스는 에너지 자립의 모델 지역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공동체 조직 카사 푸에블로(Casa Pueblo)가 있습니다. 이 단체는 단순히 기술을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주민들의 손에 쥐여주는 철학을 실천해왔습니다.
카사 푸에블로의 아르투로 마솔-데야 소장은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 이후 정전의 파괴력을 목격했습니다. 당시 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전으로 거의 3,000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상당수는 의료 서비스와 생명 유지 장치 치료가 중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비극적 경험은 카사 푸에블로가 마이크로그리드 네트워크 구축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태양광 패널은 1999년 카사 푸에블로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설치되었고, 허리케인 마리아 발생 당시 이곳은 투석 장비, 산소 공급 장치, 수면 무호흡증 치료기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 오아시스가 되었습니다. 한편 아준타스 지역 일부는 6개월 동안 전력 공급이 끊겼습니다. 그 이후로 이 단체는 푸에르토리코 최초의 도시형 마이크로그리드인 아준타스 푸에블로 솔라를 포함하여 400개 이상의 태양광 프로젝트에 3,000개 이상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약국, 이발소, 피자 가게 및 기타 사업체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2022년 허리케인 피오나가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했을 때, 섬의 다른 지역들이 정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도 아준타스에서는 9일 동안 전기가 끊기지 않았습니다. 마솔-데야 소장은 "우리는 한 가구의 에너지 자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에너지 자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기술 도입이 공동체 회복과 결합될 때, 단순한 전력 공급을 넘어 주민들에게 통제권을 되돌려 주는 장치가 됩니다. '권력은 곧 삶이다'라는 표현처럼, 전기(power)와 권력(power)의 이중 의미가 여기서 겹칩니다. 전력을 잃은 사람은 생존의 통제권을 잃지만, 마이크로그리드는 그 통제권을 다시 주민에게 돌려주고 있습니다.
에너지 자립이 가져온 구체적 변화들
올가 에르난데스의 사례는 마이크로그리드가 가져온 변화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녀는 "그건 삶이라고 할 수 없었어요"라고 과거를 회상합니다. 천식과 당뇨병으로 생명을 구하는 약을 보존하기 위해 얼음에 의존했고, 정전이 되면 매일 디젤 발전기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발전기에서 나오는 매연은 그녀를 더욱 병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 에너지 덕분에 이제 그녀는 "정전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에게 정전은 삶의 슬픈 현실입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평균 73시간의 정전을 경험했습니다. 이 중 43시간은 허리케인과 같은 대규모 재해 때문이었지만, 극심한 기상 현상을 제외하더라도 평균 정전 빈도는 2021년 이후 증가했습니다. 노후화된 기반 시설, 부실한 관리, 그리고 부패 의혹이 푸에르토리코의 전력 시스템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6월, 폭염으로 인해 수도 산후안과 그 주변 지역의 34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정전 피해를 입었고, 일부 지역의 기온은 48도를 넘어섰습니다. 4만 8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 전력이 필요한 의료 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전은 곧 생명의 위협입니다.
이른바 전자기기 의존자 중 한 명인 아준타스에 사는 93세 일루미나다 벨레스는 호흡을 위해 산소호흡기가 필요합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면 가족들은 벨레스가 숨이 막히지 않도록 골판지 상자로 부채질을 해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태양광 발전 덕분에 그녀의 산소호흡기는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사위인 하이메의 말처럼 "태양 에너지가 없었다면 그녀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장면들은 재생에너지를 환경 담론이 아니라 건강, 생존, 존엄의 문제로 바꿔 놓습니다. 촛불 아래의 상점, 'HELP'라고 적힌 지붕, 골판지로 부채질하던 가족들. 이 장면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전기가 끊겼을 때 얼마나 취약해지는가?
생존 인프라로서의 마이크로그리드 확산
마이크로그리드는 주 전력망에 연결되어 작동할 수도 있고, 정전 시에는 주 전력망에서 분리되어 병원, 지역 사회, 심지어 도시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마이크로그리드가 "생명을 구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2022년 발간한 핸드북에서 디젤과 등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 시스템과 기기를 대체하기 위해 2030년까지 21만 7천 개의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폭염으로 전력망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 지역 수백만 명은 의약품 보관, 의료 장비 작동, 고온 현상 극복을 위해 전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가뭄은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 전력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선풍기와 에어컨 사용량 증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페루 남부 파라카스 국립보호구역 내 어촌 마을 라구나 그란데는 송전선이 닿지 않는 외딴 지역이었습니다. 어부이자 마을 전력화 위원회 위원장인 에스더 사라비아는 "외딴 지역이고 보호 구역이라 전기가 들어오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태양광 및 풍력 마이크로그리드를 통해 전기가 공급되기 시작했고, 이 시스템은 하루 25~35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며 97%의 운영 신뢰도를 자랑합니다.
와이라 에네르히아(Waira Energía)의 설립자 프랑코 칸치아니 아미코는 "전력망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는 마이크로그리드가 최선의 대안이며, 전력망이 연결될 수 있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깨끗하고 지역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있어 마이크로그리드가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말합니다. 라구나 그란데에서 전기 요금은 킬로와트시당 0.30달러인 반면, 발전기를 사용할 경우 0.37~0.74달러가 듭니다.
페루 아마존 지역 의료 센터에 마이크로그리드를 설치한 단체인 파트너스 인 헬스(SES)를 대표하는 레나토 에레아는 "전기는 음식을 냉장 보관할 수 있게 해주고 식중독이나 설사 같은 질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폭염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마이크로그리드는 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제공함으로써 빈곤과 불평등 감소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는 인구의 99% 이상이 전기를 보급받고 있지만, 이미 폭염으로 인해 전력망이 한계에 다다른 경험이 있습니다. 과달라하라 자치대학교(UAG)의 재생에너지 전문가인 알레한드로 솔리스 테노리오는 "긴급성과 기회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합은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은 2025년에 44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푸에르토리코 아준타스의 사례는 감동적이지만, 몇 가지 구조적 질문도 남깁니다. 마이크로그리드 유지 비용은 장기적으로 얼마나 드는가? 허리케인처럼 극단적 상황에서도 설비가 손상되지는 않는가? 태양광이 없는 날이 길어질 경우 대비는 충분한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 보강된다면, 이 모델의 신뢰도와 확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이크로그리드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공동체 회복과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라는 사실입니다. 올가 에르난데스와 일루미나다 벨레스의 이야기는 정책 보고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지만, 그 한 문장이 수천 페이지의 에너지 통계보다 더 큰 설득력을 가집니다.
[출처]
Dialogue Earth - CATCH 프로젝트: https://dialogue.earth/en/energy/without-solar-energy-she-might-have-di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