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변화 대응에서 지방 정부의 토지 이용 규제가 핵심 도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밴더빌트 대학교 로스쿨의 크리스토퍼 서킨 교수가 제시한 "기후 구역 설정(Climate Zoning)"은 지역별 탄소 배출량에 따라 차별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입니다. 이 논문은 2025년 환경법 및 정책 연례 보고서(ELPAR)의 20대 우수 논문으로 선정되며 실천적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상황별 규제가 필요한 이유
기존 기후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접근법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여 고밀도 개발을 촉진하는 방식이고, 둘째는 엄격한 친환경 건축 기준을 도입하여 신축 건물의 배출량을 억제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서킨 교수는 이 두 접근법 모두 지역 특성을 간과한다는 근본적 한계를 지적합니다. 모든 고밀도 개발이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도시 외곽의 다가구 주택은 오히려 배출량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 건축 기준은 저탄소 도시 지역의 주택 가격을 상승시켜 개발을 탄소 배출량이 더 많은 지역으로 유도하는 역설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서킨은 두 가상 도시의 우화를 제시합니다. 자유방임주의 도시는 용도지역 제한을 없앴지만 대부분의 개발이 저렴한 도시 외곽으로 이동하여 "이전보다 밀도가 낮고 무분별하게 확장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그린빌은 엄격한 친환경 건축 규정을 시행했으나 건설 비용과 주택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주민들이 단위 면적당 탄소 배출량이 훨씬 높은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례 모두 선의의 정책이 사람들을 탄소 배출량이 더 많은 지역으로 몰아넣어 역설적으로 전체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는 '장소가 중요하다'는 핵심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합니다. 상황별 규제는 단순히 기술적 타당성을 넘어 정책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방지하는 현실적 접근법입니다.
탄소 배출과 건축 환경의 관계
건축 환경은 주택 규모와 위치를 통해 탄소 배출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건물 운영 및 건설은 전 세계 에너지 관련 CO₂ 배출량의 거의 40%를 차지하며, 다가구 주택은 단독 주택보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훨씬 적습니다. 여기에 교통으로 인한 배출량이 추가로 10%를 차지하는데, 차량 주행 거리(VMT)는 사람들이 살고 일하는 곳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뉴욕시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맨해튼 거주자들은 미국에서 탄소 발자국이 가장 작은 반면, 인근 교외 지역 가구들은 가장 높은 순위에 속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도심 근처의 밀집된 주택이 무분별하게 확장된 교외 개발보다 가구당 배출량이 훨씬 적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밀도가 아니라 위치입니다. 같은 고밀도 개발이라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고 일자리와 거리가 먼 교외에 위치하면 배출량 감축 효과가 크게 감소하거나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토지 이용 정책을 기후 전략과 직접 연결해야 하는 이유이며, '규제 완화=친환경'이라는 단순 도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근거가 됩니다. 서킨의 프레임워크는 이러한 공간적 차이를 정책 설계의 중심에 놓습니다. 저탄소 도심에서는 높이 제한 완화, 승인 절차 간소화, 최소 밀도 또는 최대 주택 규모 요건 설정을 통해 밀집 개발을 장려해야 합니다. 반면 고탄소 교외 지역에서는 더 엄격한 건축 규정 채택, 기후 또는 에너지 영향 부담금 부과,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막기 위한 농지나 녹지 보존이 필요합니다.
토지 이용 정책의 현실적 도전과 한계
서킨의 제안은 기술적으로 타당하지만 현실적 도전에 직면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합의입니다. 고밀도 개발을 주민들이 수용할 것인가, 교외 확산을 제한하는 규제를 받아들일 것인가, 탄소 부담금은 정치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들은 정책 설계보다 더 어려운 영역입니다. 특히 미국처럼 지방 자치가 강하지만 지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환경에서 광역 협력은 이상적이지만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서킨은 인접 관할 구역이 상충되는 접근 방식을 채택할 때 지역 거버넌스가 파편화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최신 탄소 지도, 목표 인프라 투자, 저탄소 도심 재개발에 대한 간소화된 환경 검토를 포함한 연방 및 주 정부 간의 협력을 촉구합니다.
또한 이 프레임워크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단일 목표에 집중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토지 이용 정책은 주택 가격, 형평성, 사회적 접근성, 경제적 성장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동시에 다뤄야 합니다. 기후 중심 설계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할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비교적 약합니다. 예를 들어 저탄소 도심의 개발 촉진이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하여 저소득층을 탄소 배출량이 높은 지역으로 내몰 수 있습니다. 또한 '최신 탄소 지도'와 정밀 데이터 기반 접근은 매력적이지만, 탄소 배출의 공간적 측정은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데이터 정밀도와 정책 결정 사이의 간극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서킨은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모든 관할 구역에 걸쳐 최소 주차 공간 요건을 없애고, 보행자 및 자전거 인프라를 확충하며,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운전을 줄이고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복합 용도 및 재택 사업을 허용할 것을 권고합니다. 연방 정부가 기후 목표에서 크게 후퇴함에 따라 지역 차원의 행동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이는 도시와 카운티가 기존의 토지 이용 권한을 활용하여 차세대 기후 변화 완화를 근본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후 구역 설정은 기후 문제를 추상적 감축 목표가 아니라 공간 정책 문제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가치가 큽니다. 서킨의 결론처럼 "규제 완화만으로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지방 공무원들이 토지 이용 규제를 활용하여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 틀이 필요합니다. 이는 기술적 정교함과 정치적 현실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출처]
Situational Zoning: A Practical, Place-Based Framework for Local Climate Governance / Environmental Law Institute: https://www.eli.org/vibrant-environment-blog/situational-zoning-practical-place-based-framework-local-clim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