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예상치 못한 에너지 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흑해 항구 도시 미콜라이우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이 생존의 도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전환이 아니라, 전쟁 상황에서 국민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중앙 집중식 화력 발전소가 미사일 한 발에 무너지는 동안, 분산형 재생에너지는 새로운 희망의 빛이 되고 있습니다.
분산형 시스템으로의 전환, 군사적 필요가 만든 에너지 혁명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전환은 기후 보호가 아닌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절박한 선택입니다. 전선에서 불과 60km 떨어진 미콜라이우에서는 토네이도 로켓, 순항 미사일, 탄도 미사일, 공격 드론의 공격이 4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가장 추운 겨울을 맞은 이 도시는 지난 11월, 26개의 태양광 지붕 패널과 100킬로와트시 용량의 리튬 배터리 저장 장치를 설치하여 아동 및 장애인 재활 센터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덴마크 난민 위원회와 덴마크 외무부의 지원으로 이 센터는 12월 중순 32시간 동안 이어진 포격 속에서도 운영을 지속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기후 보호·에너지·이동성 연구소의 에너지 분석가 예브게니아 코피차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전면적인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는 3기가와트 이상의 새로운 재생 에너지 설비를 추가했으며, 이는 극심한 제약 속에서 진행되는 안보 중심의 변혁입니다. 대규모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 발전소에 주로 의존하던 국가 전력망에서 벗어나, 사용 지점 또는 그 근처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소규모 분산형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독일-우크라이나 에너지 파트너십의 라르스 한드리히는 "드론 공격에 취약한 대형 화력 발전소와 중앙 집중식 전력망을 분산형 재생 에너지와 비교적 소규모의 가스 발전소로 대체하는 것이 계획"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대체 시설들은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우크라이나 최대 에너지 기업 DTEK의 제프 오덤은 "석탄 화력 발전소는 미사일 한 발로 파괴할 수 있는 거대한 단일 목표물이지만, 풍력 발전소에 비슷한 수준의 피해를 입히려면 약 40발의 미사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분산형 태양광 발전 시설 역시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공격 목표가 아닙니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단지는 일부가 가동 중단되더라도 나머지 부분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우위를 갖습니다.
전시 재생에너지 확대, 6개월 만에 완성되는 배터리 프로젝트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의 절반이 파괴되었고, 경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부문의 총 피해액이 56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참혹합니다. 기온이 화씨 영하 4도까지 떨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전기와 난방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키이우를 비롯해 하르키우, 폴타바, 드니프로에서는 디젤 발전기와 장작 난로를 사용하는 1,000개 이상의 임시 난방 텐트가 주민들에게 따뜻함과 휴대전화 충전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월 14일 에너지 부문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재생에너지 도입은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태양에너지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025년까지 최소 1.5기가와트의 신규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며, 이는 약 11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가정과 사업체 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작업은 전쟁 중에도 계속되었으며,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에게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YASNO는 고객들이 태양광 및 에너지 저장 패키지를 앞다퉈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맑은 날에는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흑자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에너지 저장 시설에 대한 투자도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망 운영사는 0.5기가와트 규모의 에너지 저장 설비에 투자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규모가 독일 전체 에너지 저장 용량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유럽에서 일반적으로 2년 정도 걸리는 배터리 프로젝트가 우크라이나에서는 단 6개월 만에 완료되었습니다. 이는 전시 상황에서 요구되는 신속성과 유연성이 얼마나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러나 낙관적 서사 이면에는 현실적 한계도 존재합니다. 재생에너지 확충 수치는 인상적이지만, 실제 가동률, 송전망 손상 문제, 계절적 변동성, 저장 용량의 한계 등에 대한 냉정한 분석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전쟁 상황에서는 설치 속도보다 유지·보수·보호 문제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분산형 시스템이 많아질수록 전력 품질 유지, 주파수 안정성, 수요 관리 같은 기술적 과제도 커지는데, 이 부분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아 다소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에너지 안보와 재정 지속 가능성, 전환의 두 가지 과제
우크라이나의 풍력 발전도 전쟁 속에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2014년과 2022년에 우크라이나 풍력 발전 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영토, 특히 아조프해 연안의 주요 풍력 발전 단지들을 점령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는 약 700개의 터빈으로 구성된 34개의 풍력 발전 단지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전선에서 불과 105km 떨어진 곳에 DTEK는 500메가와트급 틸리굴스카 풍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쟁 지역에 건설되는 최초의 풍력 발전 단지이며, 완공되면 9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우크라이나 풍력에너지협회의 안드리 코네첸코프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7기가와트 규모의 풍력 발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현지 여건이 허락한다면 올해 안에 설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 자립형 에너지 구역은 재생 에너지와 기존 에너지를 결합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비니차는 태양광, 가스, 수력 발전 등 지역 발전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결합한 5개의 마이크로그리드를 자랑합니다. 향후 2년 안에 5개의 대형 풍력 발전소가 에너지 구성에 추가될 예정입니다. 흐멜니츠키에 있는 국립대학교의 4,400킬로와트 규모 마이크로그리드는 천연가스 열병합 발전 장치, 264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 디젤 발전소, 그리고 열을 생산하는 가스 보일러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일-우크라이나 에너지 파트너십은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태양광 발전 잠재력이 80기가와트를 넘어 중형 원자력 발전소 80기의 출력에 필적한다고 추산합니다. 시드니 공과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국토의 1%만으로도 태양광과 육상 풍력을 결합하여 에너지 수요의 91%를 충족할 수 있다고 합니다. NGO인 에코클럽의 안드리 마르티뉴크는 "개별 소비자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전력망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고 설명하며, 이는 풀뿌리 운동에 기반한 현상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러나 재정 지속 가능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입니다. 유럽연합은 이미 우크라이나의 군사비와 에너지 지원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에 약 2천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미콜라이우의 모든 태양광 발전 시설을 포함하여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전환 사업 대부분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키이우 서쪽에 위치한 지토미르 시는 유럽연합의 자금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통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운영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이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전환이 구조적 변화인지, 전시 응급 대응인지에 대한 구분이 더 명확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얼마나 빠르게 전국에 보급하느냐가 혹독한 겨울을 견뎌낼지, 아니면 그 잔혹함에 굴복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전환은 "전쟁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역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중앙 집중식 에너지는 군사적 취약점이 될 수 있으며, 분산형 재생에너지는 전략적 방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매우 강력합니다. 다만 이 전환이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아니면 전시적 적응 전략인지에 대한 균형 잡힌 분석이 필요합니다. 인간적 서사와 구체적 사례가 설득력을 높이지만, 현실적 한계와 재정 지속성 문제도 함께 고려되어야 진정한 에너지 안보가 달성될 것입니다.
[출처]
Yale E360: How Ukraine Is Relying on Renewable Energy to Keep the Heat and Lights On
https://e360.yale.edu/features/ukraine-war-renewable-ener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