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의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기술적 과제를 넘어, 독점적 시장 구조와 국제 협력이라는 제도적 장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인민당 소속 국회의원 수파찻 차이야삿은 에너지 대기업 걸프 개발(Gulf Development)로부터 1억 바트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면서도, 태국 에너지 부문의 구조적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해왔습니다. 그의 주장은 탄소중립이 단독으로 달성 불가능하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단일 구매자 모델, 시장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
수파찻 차이야삿이 지적한 태국 에너지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단일 구매자 모델(single buyer model)입니다. 이는 국영 공기업이 전력 구매를 독점하는 체제로, 경쟁을 근본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점 구조는 두 가지 치명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첫째는 부패의 가능성이고, 둘째는 정책이 실제 비용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수파찻은 의회에서 재생 에너지원의 공정하고 경쟁력 있으며 저렴한 전기 가격 책정을 지속적으로 옹호해왔습니다. 그는 조달 과정의 투명성 강화와 소규모 발전 사업자들이 업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직접 전력 구매 계약(PPA)을 장려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단순한 환경 담론이 아니라, 독점 구조가 어떻게 경쟁을 제한하고, 조달 투명성을 저해하며, 프로슈머의 시장 진입을 막는지를 구조적으로 비판하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프로슈머'의 등장을 막는 현행 제도입니다. 주택 옥상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한 개인이 생산된 에너지를 전력망에 되팔 수 없다는 것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입니다. 단일 구매자 모델은 가용 에너지의 이점을 극대화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민주화라는 전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하고 있습니다. 수파찻은 이 모델이 현재의 에너지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시장 구조의 근본적 개혁 없이는 진정한 에너지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정치적 대가를 불러왔습니다. 2025년 8월, 수파찻과 같은 당 후보였던 워라팝 비리야로즈, 그리고 당 대표이자 총리 후보였던 나타퐁 루엥푸냐웃은 에너지 대기업 걸프 개발로부터 각각 1억 바트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습니다. 이는 그들이 지난해 기자회견과 의회 토론에서 에너지 가격 책정 및 정부의 전력 구매 방식을 비판한 발언과 관련된 것으로, 에너지 독점 구조와 정치 권력의 긴밀한 연결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정치적 갈등 맥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태국 에너지 전환의 제도적 장벽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증명하는 핵심 증거입니다.
중국 의존과 기술 이전,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기술 전문성을 보유한 중국의 투자 증가에 대해 수파찻은 "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라는 균형 잡힌 답변을 제시합니다. 이는 감정적 비판이나 무조건적 환영이 아닌, 정책적 사고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분야의 첨단 기술을 중국에서 조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를 단순한 구매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입니다.
수파찻은 중국과의 협력을 지식 이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부는 중국 기업과의 공공 조달을 통해 전력망과 같은 인프라를 개선하고, 녹색 전환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을 발굴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으로부터 배우고 이를 태국에 적용하여 재생에너지 기술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이는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일반적으로 고위직 및 기술직에 중국 전문가들을 고용한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지식 이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는 재생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위험 완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도 지식 이전에 대해 논의해야 합니다. 관련 부처와 기관들이 기술을 단순히 도입해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태국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 기술 자립을 강조하고, 지식 이전의 중요성을 제기하며, 위험 완화 전략을 언급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입니다. 중국 의존을 단순 찬반의 문제로 보지 않고, 전략적 활용과 자립 역량 구축이라는 두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적 균형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지식 이전을 강제하거나 유도할 것인지, 중국 이외의 기술 협력 파트너를 어떻게 다각화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설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아세안 전력망, 지역 협력 없이는 탄소중립 불가능하다
수파찻은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 없이는 탄소 중립 목표를 단독으로 달성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는 에너지 전환이 국가 단위가 아닌 지역 단위의 과제임을 명확히 하는 발언입니다. 아세안 전력망 프로젝트, 즉 회원국 간 전력망 연계 사업은 이러한 지역 협력의 핵심 인프라입니다. 전력망 구축을 통해 지역의 자원을 최적화하고 궁극적으로 에너지 요금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는 여전히 불신이 존재하며, 이는 프로젝트의 완전한 실현을 가로막는 주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수파찻은 이러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제안합니다. 인민당은 태국에 공정한 규칙, 투명한 절차, 그리고 경쟁적인 메커니즘 또는 구조가 마련되면, 그 다음 단계로 해당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게 이 계획이 모든 국가를 동시에 연결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시범 사업부터 시작할 수 있으며,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를 거쳐 싱가포르까지 연결되는 송전선이 이미 존재합니다. 기존 송전선을 기반으로 시범 사업의 성공 여부를 보여주고, 그 결과를 설명함으로써 국경 간 전력 연계 확대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단계적 시범사업, 기존 송전선 활용, 점진적 신뢰 구축이라는 전략은 이상적 구호가 아니라 정치적 현실을 고려한 실용적 접근입니다.
아울러 수파찻은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화석 연료 의존을 정당화하는 태국 및 아세안 정책 입안자들의 주장에 반대합니다. 그는 국회의원이 된 이후로 에너지 안보를 위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것에 반대해 왔으며,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많은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를 여러 구성 요소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화석 연료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지만, 화석 연료 발전소를 건설할 때 감수해야 할 단점은 명확합니다.
수파찻은 전력 생산을 위한 태양 에너지,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배터리 저장 장치, 그리고 전력망 안정성을 보장하는 동기식 콘덴서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해결책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으며, 화석 연료나 기존 화력 발전소가 더 이상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과거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으며, 태국의 에너지 부문을 현재 이용 가능한 첨단 기술에 맞춰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다만 이러한 주장에서 태국의 수요 곡선 특성, 계절적 변동성, 기저부하 문제, 천연가스의 전환기 역할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수파찻 차이야삿의 주장은 에너지 전환이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제도 구조의 문제이며, 탄소중립이 국가 단위가 아닌 지역 단위 과제이고, 기술 수입이 아닌 지식 이전이 핵심이라는 세 가지 명제를 분명히 합니다. 정책 비전은 명확하지만, 구체적 실행 설계와 정치경제적 충돌 지점에 대한 분석은 더 보완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접근은 동남아시아 에너지 전환 논의에 중요한 구조적 관점을 제공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Dialogue Earth - https://dialogue.earth/en/energy/qa-we-cannot-achieve-net-zero-on-our-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