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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으로 해석한 설국책 (사랑, 공허, 여운)

by 달려라피터팬 2025. 12. 20.

설국책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겉으로는 조용하고 짧은 이야기인데, 이상하게 읽고 나면 마음 한쪽이 오래 서늘합니다. 이상한게 사랑 이야기 같기도 하고, 고독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또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것 같은… 그런 소설이에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어렵다”라고 말하지만, 저는 오히려 요즘에 더 잘 맞는 고전이라고 느꼈습니다. 말이 많고 연결은 쉬운데, 정작 마음은 자주 비어 있는 시대니까요. 이 글에서는 '설국'을 2025년 독자 시선으로, 너무 어렵게 말하지 않고 풀어보겠습니다.

1. 고요한 이야기 속 미묘한 사랑

'설국'의 주인공 시마무라는 도시 남자입니다.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눈 내리는 조용한 산골 온천마을로 들어가죠. 그리고 그곳에서 ‘고마코’를 만납니다.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로맨스처럼 관계가 또렷하게 진전되진 않아요. 둘은 연인 같기도 하고, 그냥 잠깐 스쳐가는 인연 같기도 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둘 다 확신이 없어요. 그런데 그런 애매함이 계속 이어집니다.

요즘 드라마처럼 “사랑해, 안 해”가 폭발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바라보면서도 못 다가가는 거리, 말보다 침묵 속에 쌓이는 감정을 중심으로 흘러가요. 처음 읽으면 “이 사람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근데 이상하게 그게 '설국'답습니다. 이 소설은 뭔가를 ‘설명’ 해 주기보다, 독자가 스스로가 느끼게 만드는 쪽이니까요.

사실 요즘 사랑도 비슷할 때가 많습니다. 말은 계속 오가는데 마음은 진심으로 닿지 않는 관계, 함께 있어도 어딘가 공허한 느낌. 시마무라와 고마코는 바로 그 상태를 보여주는 인물처럼 보입니다. 다정한데 외롭고, 가까운 듯한데 멀어지는… 그 미묘함처럼요.

2. 눈처럼 차갑고 하얀 공허함

'설국'에서 ‘눈’은 단순히 배경을 뜻하는게 아닙니다. 눈은 아름답지만 차갑고, 조용하지만 묵직하죠. 눈 덮인 온천마을은 외부와 끊어진 것 같은 공간이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감정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 납니다. 읽다 보면 공기가 다르다는 걸 느껴요.. 숨을 크게 쉬면 허공이 더 텅 빈 것 같은 그런 느낌.

시마무라는 뭔가를 찾는 척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고마코는 마음을 줍니다. 꽤 솔직하게, 꽤 깊게요. 그런데 시마무라는 그걸 온전히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둘 사이에는 눈처럼 하얗고 조용한 공허함이 계속 쌓입니다. 싸우지도 않고, 제대로 끝내지도 않는데… 왠지 그게 더 차갑습니다.

이 공허함은 현대인에게도 익숙하죠. 관계는 많은데 진짜는 없는 공허한 느낌, 대화는 쉬워졌는데 감정은 오히려 못 전하는 느낌. '설국'은 그런 감정을 이미 오래전에,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지금 읽어도 낡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거 지금 내 얘기 같은데?” 싶은 순간이 생깁니다.

3. 설명보다 여운이 남는 문장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장은 짧고 담백합니다. 그런데 그 담백함이 가볍진 않아요. 그는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이런 마음이다”라고 밝혀주지 않고, 행동과 분위기, 멈칫하는 순간들로 감정을 느껴보라 합니다.

그래서 '설국'을 읽을 때는 의미를 억지로 해석하려고 애쓰기보다, 흐름을 그냥 따라가는 편이 더 편하고 좋습니다.  분위기, 공기, 침묵의 결… 그런 것들요. 예를 들어 고마코가 밤에 시마무라를 찾아오는 장면 같은 건, 말이 많지 않은데도 감정이 꽉 차 있습니다. 그리움, 외로움, 설렘, 체념이 한꺼번에 묻어납니다. 설명은 없는데 마음이 알게 되는 장면이죠.

요즘도 ‘여백 있는 글’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들. '설국'은 그런 여백의 힘이 아주 강한 작품입니다. 첫사랑처럼 끝까지 말 못했던 감정, 눈빛이 더 오래 기억나는 관계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은 꽤 오랫동안 남을 거예요.

설국책 : 결론 및 요약

'설국'은 짧고 고요한 이야기지만, 안에 들어 있는 감정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사랑, 공허, 거리감 같은 것들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유효하죠. 요즘 감성으로 읽으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다가오는 고전이기도 합니다.

지금 마음이 조금 허전하거나, 관계가 애매하게 남아 있거나, 말로 다 설명 못 하는 감정을 품고 있다면… '설국'의 조용한 문장들이 그 마음을 한번 건드릴지도 모릅니다. 눈처럼 차갑고도 맑은 방식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