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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연 '나의 돈키호테' 청년의 자화상, 이상과 현실 소설

by 달려라피터팬 2025. 12. 12.

나의 돈키호테 - 기호연
나의 돈키호테 - 기호연

 

 

불편한 편의점을 재미있게 읽어서 구매하게 됐는데 긍정적인 해피엔딩이고, 힐링되는 기분이라 좋았습니다.

기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처음 펼쳤을 때, 저는 묘하게 긴장했습니다. “청년”과 “사회”라는 단어가 붙으면, 괜히 거창한 결론으로 끌고 가는 책도 많잖아요.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식으로 굴지 않습니다. 이상과 현실이 부딪히는 소리, 그 사이에서 사람이 조금씩 닳아가는 느낌을… 꽤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돈키호테라는 오래된 이름을 빌렸지만, 이야기는 아주 지금의 한국에 붙어 있어요. 그래서 더 아프고, 더 가까웠습니다. 이 글에서는 『나의 돈키호테』가 청년의 얼굴로 비춰주는 현실과 마음의 결을, 조금 천천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청년의 자화상, 돈키호테로 그려내다

『나의 돈키호테』는 돈키호테를 “무모한 이상주의자”라는 박제된 이미지로만 쓰지 않습니다. 여기서의 돈키호테는 풍차에 돌진하는 사람이 아니라, 출근길 지하철 같은 현실 속에서 자기 마음을 지키려 애쓰는 청년 쪽에 더 가깝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게 더 어렵죠. 거창한 전투보다 매일의 작은 타협이 사람을 더 지치게 하니까요.

주인공은 무기력함을 느끼면서도, 이상하게도 ‘그냥 이렇게 살기 싫다’는 감각을 놓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념을 좇는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무모해 보이기도 해요. 주변에서는 “현실 좀 봐”라는 말을 쉽게 던지니까요. 가족의 기대, 돈의 압박, 관계에서 밀려나는 느낌까지. 장벽은 한두 개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마음에 남는 건, 그 장벽을 드라마처럼 과장하지 않아서입니다. 울고불고하는 장면이 없어도, 읽는 사람은 충분히 숨이 막힙니다. 아, 이런 공기… 우리도 아는 공기라서요. 그럼에도 작품은 ‘희망’을 억지로 들이밀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작은 방식으로 묻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래도 내가 내 방식으로 가보는 일. 그게 정말 쓸모없는 걸까? 저는 그 질문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충돌,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삶

이야기의 중심에는 이상과 현실의 충돌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품은 신념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커집니다. 타협하지 않으면 고립됩니다. 고립이 길어지면, 자기 의심이 따라오죠. 이 흐름이 너무 익숙해서 좀 씁쓸했습니다.

“나는 맞다고 믿었는데 왜 자꾸 미끄러질까?”
“내가 이상한 건가?”
이런 질문은 멋있게 포장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의 바닥에서 툭, 하고 튀어나오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자존감을 갉아먹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릅니다.

요즘 청년들은 어릴 때부터 ‘성공’과 ‘효율’을 학습하면서 자라왔습니다. 노력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고요. 그런데 사회에 들어오는 순간, 사람은 숫자와 결과로 정리됩니다. 그때 감정이나 철학 같은 건 자주 ‘비효율’ 취급을 받죠. 『나의 돈키호테』는 딱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이 끝내 붙잡는 질문도 거기 있습니다. “내가 틀린 걸까, 아니면 이 사회가 이상한 걸까?”

작가는 여기에 정답을 내리지 않습니다. 대신 여백을 남깁니다. 저는 그게 좋았습니다. 누가 대신 결론을 내려주면 편하긴 하겠지만, 그건 소설이 아니라 강의가 되니까요. 이 책은 독자에게 “네가 생각해 봐”라고 말하는 쪽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읽는 동안 계속 따라다닙니다.

왜 지금, 이 소설이 읽히는가

『나의 돈키호테』가 지금 읽히는 이유는, 단순히 “청춘”을 그려서가 아닙니다. 이 소설은 ‘이상주의가 사치처럼 취급되는 시대’에, 그럼에도 무엇을 믿고 살 것인지 묻습니다. 냉소가 편한 시대잖아요. 진심보다 전략이 앞서고, 신념보다 손익이 빠릅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속의 돈키호테를 슬쩍 접어 넣고 살아가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요.

그런데 이 책은 그걸 그냥 지나가게 두지 않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뭘 믿고 있어?”라고 물어봅니다. 취업, 집, 경쟁, 관계의 피로 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이 질문은 꽤 현실적입니다. 멋있어서가 아니라, 안 그러면 정말 무너질 것 같아서요.

문장은 간결한 편인데, 이상하게 감정이 남습니다. 설명이 길지 않아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순간, 소설 속 이야기를 읽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질문을 들춰보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방향이 흐릿해질 때, “그래도 네가 선택한 길이긴 하잖아”라고 조용히 확인해 주는 책. 저는 『나의 돈키호테』가 그런 쪽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시원한 답은 없습니다. 대신 조금 찌릿한 감각이 남습니다. 그게 꼭 나쁜 건 아니더라고요. 어쩌면, 그 찌릿함 덕분에 오늘을 조금 다르게 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믿고 보는 김호연 작가님의 작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