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희성 작가의 '빛이 이끄는 곳으로'는 큰 소리로 말하지 않지만, 읽다 보면 마음 깊은 곳을 콕콕 건드리는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시간을 지나고, 어떻게 다시 숨을 고르며, 결국 어떤 빛을 따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상처’, ‘회복’, ‘희망’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 소설이 전하는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상처: 누구나 마음 한편에 가진 이야기 소설
이 소설에는 저마다의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어떤 사람은 과거의 한 장면에서 계속 머물러 있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던 삶 속에서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극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충분히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나와도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백희성 작가는 이런 상처를 크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감정을 몰아붙이거나 울부짖게 하지도 않아요. 대신 아주 조용한 시선으로, 한 사람의 마음을 천천히 바라봅니다. 그래서 더 진짜처럼 느껴집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예전에 나도 비슷한 감정을 겪었던 것 같다는 기억도 함께 떠오르고요.
이 작품에서 상처는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꺼내어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작은 움직임이 바로 회복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이 됩니다.
회복: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괜찮아지지는 않습니다. '빛이 이끄는 곳으로'는 그 사실을 아주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회복의 과정은 빠르지 않고, 때로는 멈춘 것처럼 느껴질 만큼 느립니다. 이 소설은 그 느린 시간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백희성 작가의 문장은 담담하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말 한마디, 스쳐 지나가는 눈빛, 문득 떠오른 기억 하나가 회복의 신호처럼 조용히 등장합니다. 큰 변화가 아니라, 아주 작은 흔들림들입니다.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회복이란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일이 아닐까 하고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조금 다르게 견뎌보는 선택 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상처 입은 사람에게 “괜찮아질 거야”라고 크게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천천히라도,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조용히 건넵니다.
희망: 빛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제목처럼 이 소설의 끝에는 ‘빛’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빛은 눈부시거나 극적인 형태가 아닙니다. 어두운 길 끝에서 겨우 보이는 가로등 불빛처럼, 혹은 흐린 날 구름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처럼 아주 소박한 빛입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완전히 달라지지 않습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더 이상 같은 자리에서 고통만 반복하지는 않습니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아주 작은 걸음이지만 다시 삶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이 이 소설이 주는 가장 큰 울림일지도 모릅니다. 인생을 완전히 바꾸지 않아도, 다시 걸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메시지 말입니다. '빛이 이끄는 곳으로'는 슬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살아갈 힘은 아주 작은 빛 하나에서 시작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소설 결론 : 요약
'빛이 이끄는 곳으로'는 자극적이거나 화려한 소설은 아닙니다. 상처를 서두르지 않고, 회복을 강요하지 않으며, 희망을 크게 외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조용함 덕분에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요즘 마음이 조금 지쳐 있다면, 혹은 이유 없이 무거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면 이 소설이 조심스럽게 곁에 와줄지도 모릅니다. 읽고 나면 모든 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마음 한쪽에 작고 따뜻한 온기 하나쯤은 남게 되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