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없는 집'은 미국 작가인 알렉스 안도릴의 데뷔작입니다. 그런데 책을 몇 장 넘기다 보면 이런 생각이 먼저 듭니다. 이게 정말 처음 쓴 소설이 맞나? 전개는 빠르고, 이야기는 매끄럽고, 무엇보다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 지점이 확실하고 분명합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 “지금 나는 진짜 내 삶을 살고 있는가” 와 같은 심오한 질문을 하게 합니다.
여기서는 정체, 거짓, 반전이라는 세 가지 흐름을 중심으로 '아이가 없는 집'을 조금 더 천천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정체: 나는 누구인가?
이야기의 주인공은 작가가 되고 싶지만, 늘 기대에 못 미치는 한사람입니다. 직장에서는 눈에 띄지 않고, 글을 써도 누구 하나 주목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행운같은 뜻밖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유명하지만 철저히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 ‘마우드 딕슨’의 조수 자리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이 만남을 계기로 주인공의 삶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유명한 작가인 마우드 딕슨이라는 인물은 매력적이고, 자유롭고, 주인공이 꿈꿔왔던 삶을 그대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점점 더 깊이 상대에게 끌리고, 동시에 자신의 삶과 이름, 자리를 다시 진지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이 소설은 계속해서 묻습니다. 진짜 나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어느 순간 독자에게도 그대로 넘어옵니다. 내가 되고 싶은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다른지 말이지요.
거짓: 더 나은 삶을 위한 위장
주인공은 마우드 딕슨과 가까워질수록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존경, 부러움, 동경이 섞여 있다가 어느새 그 자리를 대신하고 싶다는 욕망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욕망은 거짓과 위장으로 이어집니다.
사건이 벌어지고, 한 사람은 사라지고, 다른 한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상황 속에서 독자는 헷갈리게 됩니다. 지금 이 사람이 진짜인지, 누가 누구를 흉내 내고 있는 건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만들어진 이야기인지 헤메게 되지요.
이 소설이 불편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유는,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음에도, 그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실에서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지금의 자신을 숨기고 싶었던 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이 애매한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현대인이 얼마나 쉽게 자신을 꾸미고 위장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줍니다.
반전: 끝까지 알 수 없는 이야기
'아이가 없는 집'은 중반을 지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문학적인 성장 이야기처럼 보이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 서스펜스 스릴러로 방향을 틀기 시작합니다. 누가 주인공인지, 누가 피해자인지, 누가 가해자인지 그 경계가 계속 바뀌면서요.
이야기가 끝으로 갈수록 독자는 계속 질문하게 됩니다.
그럼 지금 이 사람은 대체 누구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인물에서 독자로 그대로 옮겨옵니다.
이 반전은 단순히 놀라움을 주기 위한 전개 아닙니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고, 그 자리를 탐내며, 스스로를 포장해 살아가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없는 집' 알렉스 안도릴 : 결론
'아이가 없는 집'은 단순한 반전 소설이나 추리물로 분류하기엔 아쉬운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정체성과 거짓, 그리고 욕망이 만들어내는 균열을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한 여성의 욕망은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거짓과 욕망이 만들어내는 긴장,그리고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반전을 좋아한다면
'아이가 없는 집'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소설입니다.
읽고 나면, 한동안 “나는 지금 내 이름으로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마음에 오랫동안 남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