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정 작가의 '영원한 천국'은 사람 내면에 있는 어두운 부분을 끝까지 따라가는 소설입니다. 흔히 떠올리는 범죄 소설이나 스릴러로만 보기에는, 이야기의 결이 훨씬 깊습니다. 이 작품은 사람이 얼마나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또 어떤 순간에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죽음’, ‘인간’, ‘욕망’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따라가며, 이 소설이 던지는 감정과 질문을 차분히 짚어보려 합니다.
죽음: 단순한 끝이 아닌 시작
이 소설에는 죽음이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영원한 천국'에서의 죽음은 단순히 생이 끝나는 사건으로만 다가오지 않습니다. 어떤 인물에게 죽음은 선택이고, 또 다른 인물에게는 목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죽음을 통해 벗어나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죽음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완성하려 합니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왜 죽음을 선택하는 걸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작가는 이 질문에 정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대신 서로 다른 인물들을 통해,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감정과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의 죽음은 끝이라기보다, 인간의 속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시작점에 가깝습니다.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이 곧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인간: 선과 악은 정말 나눌 수 있을까
정유정의 소설을 읽다 보면 늘 ‘사람’이라는 존재로 돌아오게 됩니다. '영원한 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야기 속 인물은 겉으로 보면 분명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한 단어로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그 역시 누군가를 사랑했고, 상처를 받았고, 평범한 시간을 살아온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정말 저 사람은 악한 걸까, 아니면 어떤 지점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 걸까. 이 소설은 인간의 겉모습보다, 그 안쪽을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그래서 쉽게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조용히 묻고 있는 듯합니다.
“당신은 누군가를 얼마나 쉽게 악하다고 말할 수 있나요?”
'영원한 천국'은 선과 악을 명확히 가르지 않습니다. 대신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 말입니다.
욕망: 인간은 왜 끝까지 원하는가
이 소설에서 가장 강하게 남는 감정 중 하나는 욕망입니다. 돈에 대한 욕심만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싶다는 마음까지 모두 욕망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욕망들은 서로 얽히며 점점 커집니다.
문제는 욕망이 통제되지 않을 때입니다. 욕망이 커질수록 판단은 흐려지고, 처음에는 하지 않았을 선택을 하게 됩니다. '영원한 천국'의 인물들도 처음부터 극단적인 생각을 품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욕망이 쌓이면서 점점 돌아오기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이 소설에서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읽다 보면 “저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리고 그다음엔,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이 삶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이 소설은 묵직하게 묻고 있습니다.
마무리
'영원한 천국'은 단순한 범죄 소설로 읽고 지나가기에는 아쉬운 작품입니다. 죽음을 통해 인간의 본심을 들여다보고, 선과 악의 경계에서 계속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가진 욕망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정유정 특유의 몰입감 있는 문장 덕분에 읽기는 어렵지 않지만, 책을 덮은 뒤에는 생각이 오래 남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할 질문들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편하게 읽히지만, 가볍게 지나가지는 않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