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작가의 『오직 그녀의 것』은 흔히 말하는 ‘사랑 이야기’라고 묶기에는 조금 불편한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관계 안에서 미묘하게 흔들리는 균형을 집요하게 따라갑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어떻게 욕망으로 변하고, 그 욕망이 관계를 어디까지 밀어붙이는지를 조용히 보여주지요.
이 글에서는 ‘욕망’, ‘관계’, ‘경계’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 소설을 조금 더 쉽게 풀어보려 합니다.
욕망: 사랑인가, 소유욕인가?
『오직 그녀의 것』의 인물은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상대를 향한 감정도 진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마음이 정말 사랑인지, 아니면 소유하고 싶은 욕망인지 구분이 점점 흐려집니다. 그녀는 상대의 일상과 생각, 감정까지 모두 알고 싶어 하고,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불안을 느낍니다.
김혜진 작가는 여기서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안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욕망이 섞여 있을까 하고요.
이 소설은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이 사실은 상대를 내 안에 가두고 싶어 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는 점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욕망이 커질수록, 인물의 행동이 점점 더 극단으로 향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따라갑니다. 독자는 그 변화를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감정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관계: 가까울수록 더 위험해지는 감정
이 작품 속 관계는 처음부터 위태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심스럽고, 어느 정도는 평범하게 시작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감정 온도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마음이 커질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상대는 그만큼의 감정을 되돌려주지 않습니다. 그 차이가 관계를 서서히 흔들어 놓습니다.
김혜진 작가는 이 관계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왔던 공식을 무너뜨립니다.
사랑하면 더 가까워질 거라는 기대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요. 이 소설에서는 오히려 가까워질수록 불안과 집착이 커지고, 그 감정이 관계를 잠식해갑니다.
독자는 주인공의 감정을 이해하면서도, 그 관계가 무너져 가는 과정을 보며 불편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쉽게 편들 수 없는 이야기로 남습니다.
경계: 사랑에도 선이 필요합니다
『오직 그녀의 것』에서 가장 또렷하게 남는 지점은, 사랑이 깊어질수록 사람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상대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가가고, 조금씩 선을 넘습니다. 처음에는 애정처럼 보였던 행동들이, 시간이 지나며 상대를 숨 막히게 만듭니다.
김혜진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존재한다고요.
사랑은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감정이지, 내 방식대로 움직이게 하려는 힘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래서 독자는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관계 속에서 경계를 잘 지키고 있었는지, 내 감정은 언제부터 사랑이 아니라 욕심이 되었는지 말입니다.
'오직 그녀의 것' 결론
『오직 그녀의 것』은 달콤한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소설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소유욕과, 그로 인해 무너지는 관계, 그리고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경계에 대해 차분히 들여다보는 이야기입니다.
김혜진 작가는 절제된 문장과 담담한 시선으로 감정의 복잡한 결을 보여주며, 독자가 자연스럽게 ‘관계 속의 나’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요즘 관계가 유난히 버겁게 느껴지거나, 누군가와의 거리 앞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을 한 번쯤 받아들여보셔도 좋겠습니다.
“당신이 믿고 있는 그 감정은, 정말 사랑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