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들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지는 작가 한로로의 작품이 다시 한번 눈길을 끈다. 그녀의 신작 에세이이자 소설인 '자몽살구클럽'이다. 이 책은 뚜렷한 사건을 좇기보다 감정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흘러간다. 그래서 읽는 동안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이 있다. 일상 속 외로움과 우정, 사랑, 성장통까지. 익숙하지만 쉽게 말로 꺼내지 못했던 감정들을 감각적인 문장과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특히 20~30대 여성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고 있다.
한로로 문체의 진수, 감성의 힘
'자몽살구클럽'을 읽다 보면 한로로 작가의 문장이 왜 특별한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일기처럼 흘러가는 문장 속에서 인물들의 마음이 과장 없이 드러난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자몽 같은 관계”라는 표현처럼, 이 작품은 모호하지만 분명한 감정을 정확히 짚어낸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이야기는 느슨해지지 않는다. 작가는 감정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긴장과 몰입을 만든다. 혼자인 아침의 공기, 문득 떠오르는 얼굴, 잠시 도망치고 싶어지는 순간들.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마음들을 단어 하나, 문장 하나로 붙잡아낸다.
또 이 소설은 나와 타인의 경계를 천천히 살핀다. 친구 같기도 하고 연인 같기도 한 관계, 가족처럼 가까운데도 어딘가 낯선 감정들. 그런 미묘한 결을 따뜻하게 그려내기에 독자들은 이 이야기를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자몽살구클럽 책, 그 사람들과 이야기
배경은 서울의 한 작은 골목. 그 안에 자리한 ‘자몽살구클럽’이라는 비공식 모임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공간이다.
등장인물은 다섯 명이다. 일과 관계에 지친 30대 디자이너, 연애의 상처를 안고 있는 젊은 작가, 타지에서 온 요리사, 말수가 적은 학생, 그리고 자몽살구클럽을 운영하는 정체 모를 주인. 이들은 각자의 속도로 삶을 지나가며,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그 과정 속에서 독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연결과 공감의 힘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에는 큰 갈등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대신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 ‘멀리 서라도 지켜봐 주는 존재’ 같은 감정의 충만함이 중심을 이룬다. 그래서 독자는 사건을 따라가기보다 문장 사이의 여백을 따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왜 지금, '자몽살구클럽'인가?
빠르게 흘러가는 2026년의 일상 속에서 우리는 진짜 연결을 갈망한다. SNS 속 반짝이는 장면들과 달리, 현실의 마음은 더 외롭고 불안하다. '자몽살구클럽'은 바로 그런 지금의 감정에 닿아 있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감정이 소외되지 않는 공간을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오늘은 어땠어?”라고 묻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굳이 설명하지 않고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위로받은 기분이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친구와 조용히 이야기 나눈 느낌” 같은 말을 남긴다.
한로로의 글이 특별한 이유는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 마음 어딘가에 분명히 있지만 말로 꺼내기 어려웠던 감정을 대신 표현해 준다. '자몽살구클럽'은 그런 감정이 가장 아름답게 머무는 작품이다.
'자몽살구클럽'은 큰 사건 대신, 일상 속 관계의 온도를 비춘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느 날 문득 지친 마음에 조용한 위로가 되어준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날, 위로가 필요한 날, 그저 감정을 느끼고 싶은 날이라면.조용히 '자몽살구클럽』을 펼쳐보자.
문장 사이에 스며든 따뜻함이, 어느새 마음을 감싸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