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대건 작가의 소설 《급류》는 출간 이후 입소문을 타며 MZ세대뿐 아니라 여러 세대의 독자들에게 조용하지만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입니다. 눈에 띄는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은 거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책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힘이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고 불확실함이 커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면으로 건드리면서, 독자로 하여금 “이건 내 얘기 같다”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들죠. 과장되지 않은 서사, 살아 있는 인물, 군더더기 없이 날카로운 문장이 어우러져 요즘 독자들에게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금 많은 이들이 《급류》라는 제목 그대로, 이 소설 속 감정의 흐름에 깊이 휩쓸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특별한 줄거리가 없어도 빠져드는 이유
《급류》에는 독자를 놀라게 하는 자극적인 장면도, 마지막에 모든 것을 뒤집는 반전도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각자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마음속 불편함들이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주인공 역시 큰 재능이나 드라마틱한 사건을 겪는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거울처럼 자신을 비춰보게 되는 아주 평범한 사람에 가깝습니다. 누군가에게 휘둘리고, 스스로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는 모습은 지금을 사는 독자들에게 매우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정대건 작가는 인물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인물의 말투와 행동, 서로를 대하는 태도, 공간에 흐르는 공기만으로 감정을 드러냅니다. 이게 매력이죠. 그래서 독자는 굳이 ‘이 인물이 왜 이렇게 느끼는지’를 머리로 이해하려 들지 않아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인물의 마음과 자신의 감정이 겹쳐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거, 분명 예전에 내가 느꼈던 감정인데…”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떠오르는 순간이 있죠.
이 소설에서는 줄거리 자체가 크게 소용돌이치지 않습니다. 대신 작지만 계속 밀려오는 감정의 파동이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말하지 않고 삼켜버린 마음, 어쩐지 어색해진 관계, 이름 붙이기 힘든 불편함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독자에게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화려한 전개에 익숙해진 요즘 독자들에게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질수 있습니다. 현실에 더 가까운 감정이, 때로는 그 어떤 반전보다 더 강한 몰입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정대건 작가 특유의 문장력과 현실감
정대건의 문장은 짧고 담백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급류》를 읽다 보면 인물들이 굳이 자기 감정을 길게 늘어놓지 않아도, 표정 하나와 말끝의 흐름만으로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한 순간이 자주 찾아옵니다. 화려한 수식 없이도 장면이 또렷하게 그려지고, 감정의 결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 그의 문장의 힘입니다.
특히 현실적인 대사와 인물들의 태도는, 마치 소설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옆에서 몰래 듣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감정을 들키기 싫어 괜찮은 척 웃어 보이거나, 도무지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다”고 말하고 마는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며 숱하게 마주했던 장면과 겹쳐집니다. 이런 세밀한 묘사들이 쌓이면서, 독자는 등장인물들을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사람으로 느끼게 됩니다.
작가의 서술 방식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한 인물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낱낱이 그려내기보다는, 일부러 설명하지 않는 여백을 둡니다. 그 덕분에 인물들 사이의 거리감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인간관계 안에서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그래서 《급류》는 시끄럽게 소리치는 소설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끝까지 마음을 붙잡고 놓지 않는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장면과 문장이 오래 머물러 있는 이유도 바로 이 잔향 때문입니다.
요즘 시대의 감정과 생각을 정확히 건드리는 이야기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막연한 질문을 품고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갈등, 예측이 안돼는 어려운 미래,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의심.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달라도,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비슷한 고민들이 얽혀 있습니다.
《급류》는 이런 마음들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거나 해석하지 않습니다. 대신 인물들의 말과 행동, 선택과 침묵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냅니다. 그래서 독자는 어느 순간 소설 속 한 인물의 한마디에서, 혹은 사소한 장면에서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내가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은 위로가 스며듭니다.
요즘 독자들은 완벽하게 성공하는 인물의 성장담이나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는 결말보다, 어딘가 모자라고 비어 있는 이야기에서 더 큰 진정성을 느낍니다. 《급류》의 주인공 역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이야기에서 빠져나옵니다. 인생이 극적으로 변하지도 않고, 누가 봐도 성공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버티며 살아내는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이 점이 지친 젊은 세대는 물론, 오래 삶을 버텨온 어른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주는 부분입니다.
이 책은 특히 감정을 말로 꺼내는 것이 서툴렀던 사람들에게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마음 한쪽에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서서히 느껴집니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작은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고, 《급류》는 단순한 소설을 넘어 자신의 감정을 비춰보는 거울 같은 존재가 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소설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고, 쉽게 떠나오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소설베스트셀러 : 지금 읽어볼 만한 이유
정대건의 《급류》는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지만, 읽는 이의 마음 깊은 곳을 강하게 흔드는 소설입니다. 과장되지 않은 감정 묘사, 현실에 발붙인 인물들, 공감이 차오르는 문장들이 어우러져 독자 각자의 상처와 고민을 조심스럽게 건드립니다. 혹시 요즘 마음이 지치고,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쯤 이 책을 펼쳐보셔도 좋겠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쩌면 당신 마음속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급류’가 오래전부터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흐름을 조용히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순간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