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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우 겨울 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by 달려라피터팬 2026. 1. 1.

 

이도우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소설 - 날씨기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겨울에 읽으면 더 좋은 소설이다. 공기는 차가운데, 마음은 조금씩 데워지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감정이 얼어붙는 순간을 지나온다. 그럴 때 이 소설은 말없이 다가와 앉는다. 따뜻한 방 안, 손에 쥔 찻잔처럼. 뜨겁진 않지만 분명히 온기가 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조용한 겨울

이야기는 북현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해원은 도시에서의 생활에 지쳐 이곳으로 돌아온다. 더 이상 애쓰고 싶지 않았고, 사람들과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었던 상태다. 그 마음이 이해돼서, 초반부터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런 해원이 ‘굿나잇 책방’을 운영하는 은섭을 다시 만나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움직인다. 둘 사이에는 설명이 많지 않다. 대신 침묵이 있고, 기다림이 있다. 이 소설은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다. 꼭 필요한 말만, 그것도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건넨다.

해원과 은섭의 관계는 눈처럼 쌓인다. 갑자기 내리지 않는다.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어느새 풍경이 달라져 있다. 그 느린 속도가 좋았다. 밀어붙이지 않는 태도, 감정을 함부로 정의하지 않는 방식. 겨울이라는 계절과 닮아 있다. 낯설지 않은 고요함, 익숙한 쓸쓸함. 그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피어나는 마음들.

책방, 편지, 그리고 기억의 조각들

굿나잇 책방’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이 소설의 중심에 가깝다.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 책을 고르지만, 사실은 자기 마음과 마주한다. 미뤄두었던 기억과 다시 만나고, 덮어두었던 감정을 슬쩍 꺼내본다.

은섭이 운영하는 블로그 ‘눈 오는 밤’도 인상 깊다. 날씨 이야기 같지만, 읽다 보면 마음 이야기에 더 가깝다. 짧은 문장들, 사소한 관찰들. 그런데 그게 오래 남는다. 책방, 편지, 블로그. 이 세 가지는 모두 직접 말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진심이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읽다 보면 한 장면에 자주 머물게 된다. 특별한 사건이 있어서가 아니다. 너무 낯설지 않아서다. 예전에 느꼈던 감정 같고, 아직 정리하지 못한 마음 같아서. 나도 모르게 페이지를 넘기다 멈추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도우 소설 겨울이면 생각나는 이유

이 소설은 계절과 깊이 맞닿아 있다. 제목부터 그렇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 말은 약속 같기도 하고, 망설임 같기도 하다. 따뜻해지면, 조금 용기가 생기면, 그때 가겠다는 마음.

겨울은 많은 걸 가린다. 표정도, 풍경도, 감정도. 그런데 이 소설은 그 겨울 속에서 오히려 마음을 꺼내 보인다. 큰 결심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처럼. 해원이 북현에서 느끼는 감정들, 은섭이 오래 품고 있던 마음, 그리고 이웃들의 조용한 사연까지. 다들 말은 적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 안에는 상처도 있고, 미련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외로움도 있다. 그래서 겨울과 잘 어울린다. 따뜻해서가 아니라, 차갑기 때문에 더 선명해지는 것들. 고요해져야 비로소 보이는 감정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자꾸 겨울에 생각난다. 눈 오는 날, 커피가 식어가는 줄도 모르고 읽고 싶은 소설. 소란스럽지 않게 마음을 덮어주는 이야기. 다른 계절이었다면 이 감정이 이렇게까지 와닿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마음이 빨리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조용하고, 격하지 않고, 말수가 적은 소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책을 덮고 나면 ‘좋은 날씨’라는 말이 조금 달라진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혹은 내가 먼저 가고 싶어지는 마음. 그런 감정이 만들어내는 계절이 있다면, 아마 이 소설 속 겨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