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멀리 했었는데, 요즘 다시 또 읽고 싶어져서 찾다가 '이중하나는거짓말'을 보게 되었답니다. 김애란의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은 연애와 현실, 감정과 진실 사이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주 흔들리는지를 아주 섬세하게 붙잡는 단편입니다. 길지 않은 이야기인데도, 읽고 나면 마음 한쪽이 묘하게 남습니다. 요즘처럼 감정이 쉽게 닳고 신뢰가 자주 흔들리는 때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이 글에서는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이 왜 지금 독자들의 감성에 딱 맞게 읽히는지, 작품의 주제와 인물 흐름을 따라가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관계의 진심과 거짓 사이, 그 불편한 틈
제목부터가 솔직하죠.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은 결국 “진심과 거짓 사이”에 걸린 관계를 다룹니다. 주인공들은 연인인데도 서로를 다 안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가까울수록 말이 줄고, 말하지 않은 감정이 쌓입니다. 그 사이에 침묵이 들어앉고요. 처음엔 별일 아닌 것처럼 넘어가는데, 그게 계속되면 마음이 조금씩 금이 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요즘 우리가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도 비슷합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고, 웃고, 일상은 굴러가죠. 그런데 속은 복잡합니다. ‘이 말해도 될까’ ‘지금 말하면 더 어색해지나’ 같은 생각을 혼자 굴리다가 결국 삼켜버리는 것들. 김애란은 그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더 찔립니다. 괜히 “나도 저랬는데” 싶은 순간이 튀어나오거든요.
특히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라는 말이 오히려 독이 되는 장면들이 인상적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넘어가 버린 무심함, 신뢰라고 착각했던 거리감. 그런 사소한 틈이 쌓여 어느 날 갑자기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이 소설은 그 ‘갑자기’가 사실은 오래전부터 시작된 일이었다는 걸 조용히 보여줍니다. 다 읽고 나면 관계를 돌아보게 됩니다. 조금 불편하게요.
김애란 문장의 힘, 감정을 가만히 끌어안다
김애란의 문장은 센 말을 거의 쓰지 않는데도, 감정은 또렷하게 남습니다. '이 중 하나는 거짓말'도 그렇습니다. 사건을 크게 흔들거나 드라마틱하게 몰아가지 않아요. 대신 조용한 기류, 말끝에 남는 여백,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가는 문장들로 마음을 건드립니다. 읽다 보면 갑자기 목이 잠기는 순간이 있습니다. 딱히 슬픈 장면이 아닌데도요.
제가 김애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감정을 ‘설명’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느끼게 합니다. 인물의 마음이 어떤지 길게 해설하지 않아도, 공기와 표정과 침묵만으로 전달해 버리는 방식. 그래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앉아 있게 됩니다. 말하지 못했던 감정이 어딘가에 걸려 있다가, 문장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이랄까요.
요즘은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서 감정도 빨리 소비되곤 하잖아요. 그런데 김애란의 글은 그 속도를 일부러 늦춥니다. 한 번 멈추게 하고, 되돌아 읽게 만들고, 결국 내 감정까지 건드리게 해요.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이 단편인데도 긴 여운을 남기는 건, 그 ‘느리게 남는 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감정에 가장 가까운 단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지금 감성에 잘 맞는 건, 주제가 현대적이라서만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소모되지 않는 감정’을 다룹니다. 말로 정리되지 않는 마음, 관계 속에서 생기는 미세한 거리, 신뢰와 불신 사이를 오가는 흔들림. 이런 감정은 우리 일상에 너무 흔해서, 소설 속 인물을 보며 자연스럽게 내 얼굴이 겹쳐집니다.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도 묘하게 오래갑니다. 정말 서로를 사랑했던 걸까.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한 걸까. 그 침묵은 배려였을까, 아니면 회피였을까. 읽을 때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다가, 며칠 뒤에 문득 생각나서 마음이 조금 답답해지는 질문들이요. 정답이 없어서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읽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감정을 다시 꺼내 보는 이야기입니다. 관계에 지친 사람에게는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남고, 어떤 사람에게는 “나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지?”라는 자잘한 반성이 남습니다. 짧지만 가볍지 않고, 담담한데 깊습니다. 김애란 단편이 가진 힘이 딱 그 지점에 있습니다.
결론: 감정이 복잡한 시대, 김애란을 읽는 이유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은 감정을 제대로 말하기 어려운 시대에, 그 말 사이의 틈을 문학으로 보여줍니다. 크게 울리진 않는데, 오래 남습니다. 관계에 지쳐서 마음이 무뎌진 것 같을 때도, 이 단편은 조용히 “정말 그럴까?” 하고 물어옵니다. 내 감정을 한 번만 더 들여다보고 싶을 때, 이 짧은 이야기 한 편이 생각보다 괜찮은 시작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