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과 흑'은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스탕달이 1830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로, 당시 프랑스 사회의 계급 구조, 종교, 정치적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이 작품은 개인의 야망과 사랑, 사회적 상승 욕구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그려내는데 놀라울 만큼 현실적인 통찰로 보입니다.
주인공 줄리앵 소렐의 야망과 좌절, 사랑과 위선 사이의 방황은 2026년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 심리의 거울로 다가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과 흑'은 불안한 현실과 마주하는 법을 고전의 언어로 조명합니다.줄리앵의 선택과 몰락을 따라가면, 성공과 인정에 집착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칩니다.
줄리앵 소렐, 시대를 앞서간 불안한 영혼
줄리앵 소렐은 '적과 흑'의 주인공이자, 현대 사회의 ‘야망가’ 혹은 ‘자기 계발형 인간’의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목재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의 신분을 극복하고자 야심 차게 신학교에 진학하고, 귀족 사회에 진입하려 애쓰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의 야망은 순수한 노력보다도, 사회적 인정과 계급 상승을 향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끊임없이 연출하고 계산하며 살아가지만 진짜 자신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갈수록 혼란스러워지는 인물이기도합니다.
줄리앵은 지적이고 매력적인 청년이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보다는 계산과 목적을 앞세웁니다. 그는 자신이 속하지 못한 계층을 동경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루이나르 시장 부인의 사랑을 얻고, 파리 사교계의 명문 가문과도 얽히지만, 끊임없는 자기 부정과 불안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처럼 그의 사랑과 인간관계는 위로가 되지 못하고, 야망을 증명하기 위한 하나의 시험대가 되면서 줄리앵은 더욱 고립된 존재가 됩니다.
스탕달은 줄리앵을 통해 당시 프랑스 사회가 어떻게 개인의 가능성을 억누르고, 신분제의 굴레 아래 사람을 왜곡시키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줄리앵의 삶은 단지 19세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도 여전히 자아 실현과 사회적 성공 사이에서 흔들리고, ‘진짜 나’와 ‘보여지는 나’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적과흑'은 과거 계급사회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면서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기준으로 성공과 자아를 정의할수있는지 되돌아보게합니다.
계급과 위선, 지금도 유효한 구조의 그림자
'적과 흑'은 단순한 개인 서사가 아니라,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계급 구조와 정치적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한 사회 비판서이기도 합니다. 스탕달은 줄리앵의 삶을 통해 성직자, 귀족, 부르주아지, 교육제도, 종교 등 사회 전반의 위선과 부조리를 드러냅니다. 이러한 비판은 이시대에만 국한된게 아닙니다. 권력으로 둘러싼 오늘의 사회를 떠올리며 독자는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줄리앵이 신학교에서 경험하는 성직자들의 권위주의, 시장 가문에서 겪는 계층 차별, 파리 상류층의 이중적인 태도 등은 지금도 변하지 않은 권력 구조와 인간 관계의 본질을 떠올리게 합니다. 겉으로는 도덕과 질서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이익과 지위를 위한 위선이 난무하는 현실은 2026년 현대 사회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줄리앵의 분노와 좌절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회속에서 체감하는 불신과 겹쳐집니다.
줄리앵이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거쳐야 했던 단계들은, 오늘날의 입시, 학벌, 스펙, 네트워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줄리앵이 경험했던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얼마나 왜곡되고 가혹한가를 독자는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적과흑' 감정 없는 사랑과 존재의 불안
줄리앵 소렐의 두 여인, 루이나르 시장 부인과 마틸드 드 라 몰과의 관계는 단순한 삼각관계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는 이들과의 사랑을 통해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지만, 언제나 사랑보다도 자기 위상과 성공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 두관계는 줄리앵의 내면을 보여주는데, 사랑마저도 계급 상승의 수단으로 진짜 감정사이에서 흔들리는 그의 비극을 선명하게 보여집니다.
그에게 사랑은 감정의 교감이라기보다,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기능합니다. 줄리앵은 사랑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믿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감정을 의심하며 끊임없이 계산합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SNS나 타인의 평가 속에서 자기 감정조차 불신하게 되는 심리적 불안과도 유사합니다. 그래서 줄리앵의 불안은 끊임없는 비교과 평가되는 현대인의 초상처럼 읽힙니다.
결국 줄리앵은 감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고립됩니다. 타인과의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자신의 내면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파괴적 선택을 하게 되는 그의 모습은 현대인의 심리적 공허함을 극적으로 상징합니다.
'적과 흑'은 단순한 시대 소설이 아닙니다. 줄리앵 소렐이라는 인물을 통해 스탕달은 욕망, 불안, 야망, 위선, 사랑, 좌절이라는 인간 본질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이 작품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비극을 보는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욕망하며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소모하는지 정직하게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2026년을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에게 이 소설은 여전히 날카롭고, 불편하며, 그래서 더 깊이 있게 다가오는 고전입니다. '적과 흑'은 바로 우리 시대를 비추는 오래된 거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