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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에 대한 기억 소설 (기억, 존재, 인간)

by 달려라피터팬 2025. 12. 16.

'파괴에 대한 기억

 

 

구병모 작가의 '파괴에 대한 기억'은 마음을 무겁게 하는 제목입니다. ‘파괴’와 ‘기억’이라는 단어가 먼저 와서, 쉽지 않은 이야기를 예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건 거창한 파괴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아주 조용한 질문이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왜 고통을 기억하는지, 상처를 겪고도 왜 다시 하루를 살아가게 되는지. 이 소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의문을 건넵니다.
여기서는 기억, 존재, 인간이라는 세 가지 흐름을 따라 이 작품을 조금 더 편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기억: 지우고 싶은 것들이 남긴 흔적

이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하나쯤은 잊고 싶은 과거를 안고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폭력의 기억을, 누군가는 상실의 순간을 품고 있습니다. 그 기억들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깔끔하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마음 한편에 남아 있습니다.

구병모 작가는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합니다.
기억은 단순히 고통을 반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든 조각이라는 말입니다. 없애고 싶은 순간들까지 포함해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고, 그 기억이 빠진다면 나는 온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지요.

그래서 이 소설에서 기억은 괴롭기만 한 대상이 아닙니다. 외면하고 싶지만, 결국 마주해야 하는 거울처럼 그려집니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나는 어떤 기억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그 기억은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하고요.

존재: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사람들

'파괴에 대한 기억'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영웅도 없고,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드뭅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평범하거나, 쉽게 스쳐 지나갈 것 같은 인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무너진 세계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구병모 작가는 이런 인물들을 통해 말합니다.
존재란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말을 하지 않아도, 드러내지 않아도 사람은 저마다의 고통을 안고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을요.

이 작품은 주목받지 않던 사람들의 시간을 조용히 비춥니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하루 속에서도, 누군가는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이 소설은 놓치지 않습니다.

인간: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살아가는 존재

구병모 작가의 인물들은 강하지 않습니다. 무너지고, 실수하고, 때로는 그 자리에 멈춰 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주 느린 속도일지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 소설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불완전함 속에 인간다움이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부서지고, 흔들리고, 방향을 잃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요.

'파괴에 대한 기억'은 고통을 덮어두지 않고, 억지로 치유를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한 사람이 자기 삶을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을 묵묵히 보여줍니다. 그래서 더 진짜처럼 느껴집니다.

파괴에 대한 기억 소설 결론

'파괴에 대한 기억'은 어둡기만 한 소설은 아닙니다. 이 작품은 기억을 통해 나를 이해하게 하고,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며, 인간의 불완전함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요즘 마음이 복잡하고, 감정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이 소설은 조용히 말을 걸어올지도 모릅니다.
“그 기억들이 지금의 너를 만들었어. 그 자체로 괜찮아.”

큰 위로를 외치지는 않지만, 오래 남는 한 문장을 건네는 책입니다. 고요한 위로가 필요한 분들께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