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모노 성해나》는 현실과 허구가 묘하게 뒤섞여 있어 읽는 동안 머릿속이 조금씩 흔들리는 작품이다. 인물의 진심과 연기가 맞닿는 경계가 계속 흐릿해지는데, 그게 의도된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몰입해서 그렇게 느낀 건지 순간 헷갈릴 정도다. 단순한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감정의 결이 너무 섬세하고, 드라마라기엔 서사의 틀이 너무 정교하다. 주인공 성해나가 겪는 심리 변화는 한 번에 잡히지 않고 층층이 쌓여서 나타나기 때문에, 읽는 내내 어딘가 마음 한쪽이 조용히 당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줄거리만 따라가는 책이 아니라, 소설이 던지는 질문이 은근히 오래 남는 작품이라 전체적으로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줄거리 요약: 진짜 ‘성해나’는 누구였을까?
소설은 성해나라는 여성이 등장하는 영상 콘텐츠로 문을 연다. 화면 속 분위기는 다큐인지, 연출된 픽션인지 애매하고, 나는 그 애매함 때문인지 첫 장부터 약간 긴장이 되었다. 해나는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어느 순간 ‘혹시 조작된 이미지 아닐까?’ 싶은 단서들이 틈틈이 보인다.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가는 큰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해나는 실제 인물인가? 아니면 만들어진 이야기의 얼굴인가?
그녀는 인터뷰와 영상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말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거짓을 섞어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잠깐 멈추게된다. 왜 굳이 고백했을까, 혹은 그것마저 연기였을까. 진실과 거짓이 뒤섞이며 독자의 판단을 흔드는 방식은 꽤 흥미롭다.
그래서 이 소설은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구조가 아니라, ‘성해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메타픽션에 가깝다. 전통적인 줄거리를 따라가는 소설이 아니라, 독자가 스스로 해나의 정체를 조각조각 맞추는 과정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해석 포인트: 정체성과 연기의 경계
《혼모노 성해나》를 읽으며 가장 크게 잡고갈 키워드는 정체성이다. 해나는 자신을 연기하면서도, 그 연기가 곧 진짜 자신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나는 혼모노(진짜)”라고 말하면서도, 이상하게 가장 가짜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모순적인 지점이 해나를 오래 바라보게 하는 이유다.
특히 그녀가 꾸며낸 이미지가 단순한 거짓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건 사회적 생존 방식이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최소한의 방어막이다. SNS와 미디어가 범람하는 지금, ‘진짜 나’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소설 전체를 가로지른다.
또 이야기 속 해나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규정하고, 그 시선에 맞춰 행동을 바꾸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보게 되는 ‘인정 욕구’의 흐름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잠시 마음이 걸렸다. 나 역시 누군가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런 마음을 비난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바라보도록 만든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가 스스로의 자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묻는 이야기로 읽힌다.
작품의 의미: 지금 왜 이런 소설이 읽히는가
《혼모노 성해나》가 요즘 유독 많은 독자에게 반응을 얻는 이유는, 단지 구성의 독특함 때문이 아니다. 이 소설은 ‘진정성’과 ‘연기’, ‘인정’, ‘공감’ 같은 지금 사람들의 불안과 고민을 정확하게 건드린다. SNS에서 끝없이 자신을 만들어내고,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는 시대. 그런 시대에 이 이야기는 너무나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혼모노’는 진짜라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진짜인 척하는 사람을 조롱할 때도 쓰인다. 작가는 이 이중성을 그대로 끌어와, 독자와 해나 사이에 미묘한 긴장을 만든다. 읽는 내내 진짜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고, 결국 그 질문은 독자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나의 진짜는 무엇일까, 혹은 나는 어떤 얼굴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래서 《혼모노 성해나》는 ‘진짜를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란 무엇인가를 묻는 이야기’에 더 가깝다. 그런 질문이 마음속에 오래 남아 책을 덮고도 한참 생각하게 한다. 가짜가 넘쳐나는 시대에, 진짜에 집착하는 마음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이 책은 조용히 말해준다.
《혼모노 성해나》는 미스터리도 아니고, 흔한 성장 서사도 아니다. 존재와 정체성, 연기와 진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섬세하게 잡아낸 작품이다. 나는 몇몇 장면을 읽다가 괜히 마음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내 이야기를 들킨 것 같아서.
지금 ‘진짜 나’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다면, 이 소설이 작은 힌트를 줄지도 모른다. 한 번 읽고, 두 번쯤 마음이 움직이는 《혼모노 성해나》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