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해나 작가의 소설 '혼모노'는 일본어로 ‘진짜’라는 뜻을 제목으로 삼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짜란 무엇인지’를 소설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이 이야기는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과 겉으로 보이는 모습, 그리고 마음속 진심 사이의 어긋남을 따라가며,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글에서는 '혼모노'가 던지는 생각들을 어렵지 않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혼모노’의 의미: 언어와 상징의 역설
'혼모노'라는 제목은 일본어 ‘혼모노’에서 온 말로, 원래는 ‘진짜’나 ‘진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해나의 소설에서 이 단어는 단순히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의미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나, 반드시 진짜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상징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그래서 이 제목은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처럼 독자 앞에 놓이게 됩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의 방식으로 ‘혼모노’가 되기를 바라며 살아가거나, 적어도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들이 말하는 ‘진짜’란 사실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인물들은 스스로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며, 불안과 좌절을 반복하게 됩니다.
2026년을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 역시 SNS를 통해 ‘보여지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현대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나는 진짜일까?”라는 질문은 곧 “나는 진짜가 되라고 계속 요구받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성해나 작가는 이런 모순된 마음을 어렵지 않은 이야기와 상징을 통해 풀어내며, '혼모노'라는 제목 자체를 독자에게 던지는 하나의 질문으로 남깁니다.
존재의 불안과 정체성의 균열
성해나의 '혼모노'는 사회의 위선만을 지적하는 소설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자주 진짜가 아닌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조용히 되묻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내가 누구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불안한 마음을 앞에 두고, 현대인이 느끼는 정체성의 흔들림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의 삶이 진짜가 아닌 것 같다는 불안 속에서 늘 스스로를 의심하며 살아갑니다. 그는 인정받기 위해 진짜인 척하고, 어울리기 위해 괜찮은 사람인 척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갑니다.
이렇게 계속 ‘척하며 사는 삶’은 결국 자신을 지치게 만들고, 점점 혼자라는 느낌을 키우며, 어느 순간에는 원래의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흐려지게 합니다. 작가는 이런 마음을 과장하지 않고, 우리가 흔히 겪을 법한 일상적인 장면들 속에서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 문장들이 더 깊게 마음에 남습니다. 읽고 난 뒤에도 한동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읽는 사람은 소설 속 인물에게서 낯설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나 역시 어떤 모습으로 ‘혼모노’가 되려고 애써왔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2026년을 살아가는 지금,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특정한 나이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과 가족, 인간관계 속에서 누구나 마주하는 질문이 되었습니다. '혼모노 '는 그 질문에 답을 주기보다는,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건네는 소설입니다.
문학이 던지는 질문: 진짜가 된다는 것의 폭력성
'혼모노'는 한 개인의 정체성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가 만들어 놓은 ‘진짜’라는 기준 자체가 얼마나 부담스럽고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그 기준이 누군가를 평가하고 줄 세우는 잣대로 작동하는 순간을 조용히 드러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진짜 전문가’, ‘진짜 엄마’, ‘진짜 어른’ 같은 말을 자주 듣는데, 이런 표현들은 겉으로는 칭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을 밀어내거나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성해나는 이 소설을 통해 조용히 질문을 던집니다. 진짜가 아니면, 우리는 여기 있을 자격조차 없는 걸까. 이 질문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정체성의 불안과, 인정받지 못할 때의 상처,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비춰줍니다. 작품 속에서 ‘혼모노’는 오히려 가장 진짜답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지며, 작가는 이를 통해 진짜 자아란 남의 인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혼모노 '는 뚜렷한 답을 주는 책은 아닙니다. 대신, 모두가 진짜가 되라고 요구받는 시대 속에서, 그 질문을 함께 붙잡고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남기는 울림은 읽은 뒤에도 오래 이어집니다.
성해나의 '혼모노'는 단어가 가진 뜻을 넘어, 요즘 사회가 말하는 ‘진짜’라는 기준과 그 뒤에 숨은 불안과 외로움을 차분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진짜가 되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나다운 마음을 잃게 되는 이 시대에, 이 책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진짜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음을 놓아두고 왔나요?” 2026년인 지금, 이 질문을 문학을 통해 천천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셔도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