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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의 자리' 다시 읽는 이유(줄거리, 결말)

by 달려라피터팬 2025. 12. 22.

 

혹학의 자리 - 정해연

 

 

'홍학의 자리' 줄거리: 기억 속에 감춰진 진실

정해연 작가의 '홍학의 자리'는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겪고 살아남은 여성, 은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은진은 아버지의 폭력 아래에서 자랐고, 결국 집을 떠나 시설에서 지내며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의 은진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 날 뉴스에 나온 한 여성 살인사건을 계기로 삶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 사건의 피해자는 은진의 과거와 연결된 인물이고, 공교롭게도 사건 현장 근처에 은진이 있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경찰은 그녀를 참고인으로 조사합니다. 문제는 은진 자신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일부가 비어 있고, 어떤 장면들은 흐릿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사건이 이어지고, 과거의 인물들이 하나둘 다시 나타나면서 은진의 혼란은 더 커집니다. “혹시 내가…?”라는 의심이 마음속에서 고개를 들고, 독자는 은진과 함께 기억을 더듬으며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홍학의 자리'는 단순히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억이 어떻게 흔들리고, 피해자가 어떤 죄책감과 침묵 속에서 살아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심리 미스터리입니다.

2025년에 다시 읽는 이유

'홍학의 자리'는 2022년에 출간된 작품이지만, 2025년인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이라서 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가정폭력이나 학대,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저절로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주변 사람들은 말합니다. “이미 끝난 일 아니야?”라고요.

하지만 이 소설은 조용히 말합니다. 폭력은 끝났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고. 은진은 살아남았지만,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은 사건이 벌어지자 다시 고개를 들고, 경찰의 질문과 주변의 시선은 그녀를 더 깊은 혼란으로 밀어 넣습니다. 결국 가장 괴로운 건, 타인의 의심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은진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게 맞는지, 내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인지. 그 질문 끝에서 마주하는 건 단순한 범인의 정체가 아니라, 과거를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2025년을 사는 우리에게 이 소설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피해자의 말은 여전히 쉽게 의심받고, 고통은 종종 ‘이미 지난 일’로 정리됩니다. '홍학의 자리'는 그 침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오래 들여다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범죄소설이기 이전에, 지금도 진행 중인 현실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결말 요약

'홍학의 자리'는 자극적인 장면으로 독자를 끌어당기지 않습니다. 피와 폭력 대신, 침묵과 거리감, 어긋난 기억으로 긴장을 만듭니다. 그래서 더 불편하고, 더 오래 남습니다. 빠르게 읽히지만 가볍지는 않고, 책장을 덮고 나서도 몇 장면이 계속 떠오릅니다.

은진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닙니다. 그녀는 살아남은 사람이고, 동시에 여전히 싸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기억을 의심하고, 그럼에도 진실을 마주하려 애씁니다. 그 모습은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익숙합니다. 우리 역시 과거의 어떤 순간 앞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소설은 말합니다. 진실을 밝혀내는 것보다, 그 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일이 더 어렵다고. '홍학의 자리'는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에 더 무거워지는 책입니다. 조용하지만 쉽게 잊히지 않고, 한동안 마음 한쪽에 남아 있습니다. 2025년의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기억과 마음이 얼마나 깊고 복잡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