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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돼지꿈, 지금 우리의 이야기 (좌절, 꿈, 소외)

by 달려라피터팬 2025. 12. 21.

황석영- 돼지꿈
황석영 - 돼지꿈

 

 

황석영의 단편소설 '돼지꿈'은 가난한 청년의 개인적인 일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회의 가장 아래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이름도 잘 불리지 않고, 쉽게 잊히는 사람들 말입니다. 이 작품은 그들의 삶이 얼마나 쉽게 소모되는지, 그리고 그들이 품은 작은 기대는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2025년을 살아가는 지금 읽어도 전혀 낯설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1. 가난한 청년의 일상 속 꿈과 좌절

'돼지꿈'의 주인공은 특별한 이름도 없이 등장합니다.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군 입대를 앞두고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옵니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삶은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공사장, 식당, 도축장 같은 곳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갑니다. 그에게 중요한 건 꿈을 이루는 일이 아니라, 그날을 무사히 넘기는 것이었습니다.

고된 노동 속에서도 그는 마음 한구석에 작은 바람을 품고 있습니다. 돼지를 잡는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언젠가는 이 삶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순간들이 있죠. 하지만 그런 기대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폭력적인 작업 환경,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현실, 언제든 밀려날 수 있는 불안 속에서 그는 점점 무력해집니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뿐입니다.

'돼지꿈'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더 씁쓸합니다. 꿈을 꾼다는 말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는 삶. 사람답게 살고 싶지만, 돼지처럼 다뤄지는 노동자의 현실을 이 소설은 굳이 설명하지 않고도 다 보여줍니다. 그래서 더 아프게 남습니다.

2. 지금도 계속되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작품의 배경은 산업화 시기의 한국 사회지만, 이야기가 낡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현실과 겹치는 장면이 많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일용직 근로자, 배달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 겉으로 보기에는 일할 기회가 많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불안정한 조건 속에서 하루를 버텨냅니다. 월급은 빠듯하고, 휴식은 부족하고,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 역시 그대로입니다.

'돼지꿈' 속 주인공처럼, 지금도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일상은 뉴스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목소리는 쉽게 묻힙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황석영은 이 작품에서 노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쉽게 잊혀지는 존재가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름 없이 일하고, 기록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 그 현실을 작가는 과장하지도, 감정을 앞세우지도 않고 차분하게 그려냅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진하게 다가옵니다.

3. 우리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돼지꿈'은 읽는 사람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삶은 누구의 노동 위에 서 있는지 말입니다.  이 소설에는 뚜렷한 악당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회 전체가 주인공을 밀어내고, 조금씩 그의 자존감을 깎아냅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지만, 결과는 분명히 잔인합니다.

작가는 분노를 앞세우기보다, 독자가 스스로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말없이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을 위해 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게 만듭니다.

또 한편으로 이 작품은 ‘꿈’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바람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소박한 바람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 구조에 대한 냉정한 시선이 이 소설 안에 담겨 있습니다.

'돼지꿈'은 그래서 지금 읽어도 현재형입니다. 겉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사회의 가장 아래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황석영 돼지꿈 : 결론

황석영의 '돼지꿈'은 과거의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 쉽게 잊히는 노동, 꺾여버린 작은 꿈들. 이 소설을 읽는다는 건, 그런 삶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 이야기를 단순한 소설로만 덮어두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그 질문이 '돼지꿈'이 지금도 우리에게 남겨두는 가장 무거운 여운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