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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책(연결되는 마음, 견디는 방식)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는 요란한 위로 대신, 묵묵하게 슬쩍 건네는 이야기다. 무뚝뚝하고 고집 센 이웃 노인 오베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요즘 누구를 향해 마음을 쓰고 있을까. 사랑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바쁜 일상 속에서 이 소설이 여전히 읽히는 이유를, 나는 오베의 하루를 따라가며 다시 생각하게 됐다.오베라는 남자, 말 없는 삶의 무게처음엔 솔직히 가볍게 시작했다. 괜히 툴툴대고, 이웃 일에 간섭하고, 규칙 어기는 사람을 그냥 못 지나치는 노인. 웃기려고 만든 캐릭터 같았다.'오베라는 남자'의 첫인상은 딱 그랬다. 까칠하고, 고집 세고, 잔소리 많은 사람.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무뚝뚝함 안쪽에서 묘한 온기가 느껴진다. 바로 드러.. 2025. 12. 31.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삶, 문장,모모)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은 소년과 노인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걸 품고 있다. 중요한건 이상하게도 2025년을 사는 지금, 이 이야기가 더 무겁게 다가왔다. 타인의 고통을 어디까지 바라볼 수 있는지, 사랑이라는 말이 실제 삶에서는 어떤 얼굴을 하는지, 존엄은 언제까지 지켜질 수 있는지. 이런 질문들이 여전히 현재형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이 소설의 문장들이 왜 지금 다시 붙잡히는지를 천천히 따라가 본 기록이다.“삶은 누구에게나 자기 앞에 있다”는 문장'자기 앞의 생'이라는 제목은 참 묘하게 남는다. 책을 덮고 나서도 그렇고,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릴 때도 그렇다. 읽을 때마다 이 말의 결이 조금씩 달라지는것 같다. 처음엔 그냥 시적인 표현처럼 느껴졌다가, 어느 순간.. 2025. 12. 31.
알베르 카뮈 '페스트' (무기력, 연대,매일 같은 일상) -코로나와 연관된 내용일것 같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사회의 패닉과 공포는 어떻게든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보다는 막연한 불안에서 시작된다. 그 시대에 이런 글을 썼다는게 참 특별해보인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전염병이 퍼진 도시를 그린 이야기다. 겉으로 보면 재난 소설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병 그 자체보다, 그 시간을 통과하는 사람들의 얼굴이다. 하루가 반복되고 감각이 무뎌질 때, 세상이 지나치게 조용하거나 반대로 너무 요란하게 느껴질 때, 이 소설은 느닷없이 정신을 붙잡는다. 지금 읽어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어쩌면 여전히 필요해서일지도 모르겠다.무기력 속에서 자꾸 이 책이 떠올랐다이상하게도 기운이 바닥나 있던 시기에 이 책이 생각났다. 뉴스를 틀면 바이러.. 2025. 12. 30.
김영하 작가 '오직 두 사람'(첫문장, 감정,온도) - 가볍게 읽을수 있겠다 싶어서 샀던 김영하 작가의 소설, 잊고 있다가 어느날 밤에 잠이 안와서 보게 되었다. 그러다 하룻밤에 다 읽게 되었는데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것 같다. 각각의 단편마다 여러 감정을 느낄수 있었다.김영하 작가 '오직 두사람'김영하 작가 글은 처음부터 ‘거리를 둔다’는 느낌이 든다. 쉽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도 직접 건드리지도 않는다. 그저 한 발 물러서 있는 느낌이다.'오직 두 사람'도 그렇다. 특히 표제작 은 첫 문장부터 이상하게 차갑다. 정제된 문장인데, 감정은 불쑥 끊겨 있다. 그 끊김이 계속된다.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아버지와 아들. 그 둘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거리. 근데 그 거리감이 참 묘하다. 누가 먼저 등을 돌린 것도 아니고, 큰 사건이 있는 .. 2025. 12. 30.
겨울에 어울리는 한강 책, ‘흰’의 문장들 겨울이 되면 자꾸만 생각나는 책이 있다. 이유를 묻는다면 딱히 설명하기 어렵다. 그냥 손이 간다. 무심히 쌓인 눈처럼 조용하고, 입김처럼 금방 사라질 것 같기도 한 문장들. 한강의 '흰'은 그런 느낌이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인다. 읽고 나면 무언가를 이해했다기보다, 잠깐 멈춰 서 있었다는 기분이 남는다. 문장이 몸 안에 오래 머무는, 그런 책이다. 이 글은 '흰'을 다시 펼쳐 읽은 어느 겨울날의 기록이다. 잘 정리된 분석은 아니다. 그냥, 천천히 오래 남은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던 이유에 대한 개인적인 메모에 가깝다. 흰색, 혹은 부재를 말하는 방식『흰』에서 ‘흰색’은 단지 색이 아니다. 생명이 닿았다 사라진 자리. 아주 오래된 상실이 남긴 흔적.. 2025. 12. 29.
미하엘 엔데 ‘모모’ 소설 해설 : 회색신사와 시간의 진실 '모모'를 다시 집어 들었을 때, 생각보다 손이 쉽게 움직였다. 오래된 책이라 종이와 먼지 냄새가 섞인듯 했고, 그마저도 괜히 반가웠다. 동화라서 금방 읽히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문장은 가볍지만, 읽고 나면 몸의 속도가 조금 느려진다. 시간을 아껴 써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잠깐 멈추고 싶어진다. 회색신사, 시간저축은행, 그리고 모모라는 아이. 예전에 읽었을 땐 그냥 설정으로만 보였는데, 지금은 자꾸 현실 장면들이 겹쳐 보였다. 이 글은 분석이라기보다, 읽는 동안 계속 마음에 걸렸던 장면들을 느슨하게 붙잡아 둔 기록에 가깝다.회색신사 : 시간을 훔치는 존재회색신사들은 처음부터 위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투는 공손하고 논리는 깔끔하다. “시간을 절약하세요.” 이 문장, 너무.. 2025. 12. 29.